코로나19 4차 유행이 가시화되며 학교를 중심으로 집단감염 우려가 커진 가운데 서울에서 전국 첫 학교 ‘이동식 유전자증폭(PCR)검사’가 이뤄졌다. 이동식 검사는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학교 내 집단감염을 줄인다는 취지다.
3일 오후 송파구 서울체육중·고등학교 안에는 두 곳의 이동식 검체채취소가 설치됐다. 기존 이동식 선별진료소를 학교 안으로 옮겨놓은 구조다. 검체채취소 주변으로 학생들이 눈에 띄는 것만 다를 뿐 기존 PCR검사와 다르지 않았다. 방역 관계자들은 검사에 앞서 보호복과 안면보호구 등을 착용했다.
이날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 350여명은 약 4시간에 걸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전체 인원 706명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검사는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5명이 한 조를 이룬 2개의 이동검체팀이 맡았다.
학생들은 처음 이뤄지는 이동식 검사가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서울체육고 3학년 이윤서(19)양은 “훈련과 시합에 지장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며 “예전에 보건소에서 받던 코로나 검사는 직접 찾아가는 게 번거로웠는데, 학교에서 받으니 확실히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체육중 3학년인 김무궁(16)군도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게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학교에서 검사를 하니) 하나도 안 아팠다”며 “1시간도 대기한 적이 있는 (보건소) 검사보다 속도도 빠르다”며 웃었다. 김낙영 서울체육중·고등학교 교장은 “대회 출전이 잦은 학생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이동식 PCR검사는 확진자가 나온 서울 시내 초·중·고등학교에서 반경 1㎞ 이내에 있는 학교의 학생·교직원이 대상이다. 검사를 희망하는 학교의 학생과 교직원, 방과 후 강사와 스포츠 강사, 협력강사 등 순회 교직원도 받을 수 있다. 검사 자체는 일반 PCR검사와 같아 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이 걸린다. 결과는 동시에 학교에도 통보된다.
이날 검사한 결과는 음성의 경우 이튿날 오전 8시에 학교에 통보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주 시범 기간을 거쳐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오는 12월까지 검사를 진행한다”며 “확진자가 나오면 방역당국과 협의해 발 빠르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현장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방문해 현장을 살폈다. 앞서 교육부는 방역 당국과 협의해 서울 지역에 PCR검사를 위한 이동형 검체채취팀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유 부총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신속항원 자가검사키트’의 학교 도입을 사실상 거절하고 PCR검사의 접근성을 높이는 쪽을 선택했다.
교육부는 서울 외에 인천, 울산도 선제적 PCR 검사 도입을 희망하는 만큼 방역 당국과 협의해 검사 대상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