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현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58·사법연수원 20기)을 지명하자 법조계에선 “예상대로”라는 반응이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기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검찰 내 정권 관련 사건들을 관리하겠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선배인 김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향후 인사에서 이 지검장이 유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에서 이 지검장을 최종 후보에서 제외하기 전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이 지검장이 수사외압 의혹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차선책으로 급부상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들어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모두 보좌하는 등 현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조 전 장관 사퇴 후에는 직무대행으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제정, 인권보호 수사규칙 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사태 당시 ‘사퇴 요구’를 받는 등 리더십이 훼손된 이 지검장과 달리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며 큰 과오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배 검사들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등 무색무취하고 비교적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법무부에서 오래 근무했던 만큼 앞서 갈등이 지속됐던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사실상 정권 말기 ‘방패막이 인사 아니냐’는 비판도 교차한다. 김 후보자는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해 논란을 빚었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는 김 전 차관이 정권 말기 ‘외풍’을 막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인지 회의적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서울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이 지검장에 비해 낫다는 것이지 검찰 중립성을 보장할 인사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정권 말기에 보호해줄 사람을 임명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향후 김 전 차관의 청문회 과정에서는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등 정권을 겨냥한 사건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기였던 윤 전 총장에 비해 3기수가 높다. 김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사상 처음으로 기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역진 인사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정부에서 전임 총장보다 5기수 아래인 윤 전 총장이 임명될 때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파격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독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 인사에 파격이 계속되는 것은 그만큼 총장 인사에 정치적인 고려가 많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현직 고검장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하거나 서울중앙지검에 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재조사와 관련한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수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처분 결재를 하지 않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권 입장에서는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남아 민감한 사건을 관리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