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30대 남성이 고무보트를 타고 중국을 출발해 대만해협을 건너 대만에 도착했다. 이 남성은 “대만의 민주 자유를 동경해 탈출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 속 군사적으로 경계가 삼엄한 대만해협에서 어떻게 고무보트 횡단이 가능했는지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중국인 저우(33)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쯤 중국 푸젠성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출발해 이날 오후 9시가 넘어 대만 중부 타이중항 서쪽 부두에 도착했다. 푸젠성은 중국 본토에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중국 대륙과 대만 사이 위치한 대만해협의 길이는 약 400㎞, 너비는 150~200㎞다.
저우씨는 다음 날 새벽 2시쯤 근처를 지나던 대만 인부들에게 발견됐다. 대만 인부들은 배고픔을 호소하던 그에게 먹을거리를 준 뒤 경찰에 신고했다. 저우씨는 발견 당시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지명수배자가 아니며 단지 대만의 민주 자유를 동경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중국에는 일자리가 없어 대만에 왔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만 해경은 저우씨를 코로나19 검역소로 데려가 1차 검사를 마친 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만 출입국·이민법에 따르면 허가 없이 입국하거나 출국금지 처분을 받고 출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9만 대만달러(약 361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저우씨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에서 1만6000위안(약 277만원)을 주고 산 고무보트를 직접 운전했다고 주장했다. 뒤편에 선외기 모터가 달린 90ℓ급 고무보트를 타고 대만해협을 건넌 것이다. 대만 시민들은 “고무보트로 대만해협을 건널 수 있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이스잉 의원은 국가 안보와 해양 방어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추궈청 대만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삼엄한 경비가 어떻게 뚫렸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대만은 중국에서 요원이 침투하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의 갈등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저우씨가 평범한 민간인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의 쑤쯔윈 연구원은 그가 대만에 온 목적이 대만의 대응 상황을 시험하기 위한 중국 측 테스트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