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양현종→류현진 선발 ‘코리안 슈퍼위크’

입력 2021-05-03 18:13
왼쪽부터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 텍사스 레인저스의 양현종. AP뉴시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마침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발 마운드를 차지했다. 양현종의 ‘빅리그 도전기’는 빠르지 않아도 위력적인 그의 공처럼 서른셋의 적지 않은 나이에 본막을 펼쳐냈다. 이제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선발승을 경쟁한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의 5월 첫 주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3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 원정 4연전 선발 투수를 예고하면서 양현종의 3차전 등판을 예고했다. 양현종은 오는 6일 오전 8시40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를 밟는다. 당초 이 경기의 선발투수는 일본인 아리하라 고헤이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부진한 아리하라의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양현종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텍사스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아리하라가 중지 굳은살을 치료하기 위해 주사를 맞았다.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지만, 완전하게 회복한 뒤 등판할 것”이라며 “양현종은 아리하라의 대체 선발 후보”라고 말했다. 그 직후에 데인 더닝, 카일 깁슨, 양현종, 조던 라일스 순으로 구성된 미네소타 원정 4연전 선발투수 예고가 텍사스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양현종의 텍사스 선발 로테이션 합류는 예상된 일이다. 양현종은 앞선 두 차례 불펜 등판에서 선발투수보다 길게 던지며 롱릴리프로 활약했다. 지난달 27일 LA 에인절스와 홈경기(4대 9 패)에서 선발 조던 라일즈(2⅔이닝 7실점), 지난 1일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경기(1대 6 패)에서 선발 아리하라(2⅔이닝 6실점)보다 각각 1⅓이닝씩 많은 4⅓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보스턴의 강타선을 상대할 땐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양현종의 선발 데뷔전은 공교롭게 하루 간격으로 떨어진 김광현과 류현진의 등판 일정 사이로 들어갔다. 시즌 2승에 도전하는 김광현은 5일 오전 8시45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 엉덩이 통증으로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고 복귀하는 류현진은 7일 오전 4시37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스타디움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원정경기에서 각각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다.

메이저리그의 5월 첫 주가 김광현 양현종 류현진 순으로 등판하는 ‘코리안 슈퍼위크’로 펼쳐지는 셈이다. 이들은 2010년대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의 르네상스를 이끈 좌완 ‘원·투·쓰리 펀치’다.

1990년대 KBO리그 부흥기는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다소 꺾이는 듯했지만, 류현진 김광현이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합작한 뒤부터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양현종이 국가대표로 합류해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견인한 뒤부터는 KBO리그에 르네상스가 찾아왔다. 2011년 처음으로 6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2016~2018년에 세 시즌 연속으로 연간 800만 관중을 동원했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은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함께 보내게 된다. 양현종은 벌써 텍사스 선수들과 어울리며 데뷔 시즌을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날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데뷔전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호세 트레비노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올리고 “좋은 선수를 만나 행복하다”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