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제 먹이고 손에 불붙여” 제천 학폭 현장조사

입력 2021-05-04 00:04 수정 2021-05-04 00:04
왼쪽은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오른쪽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충북 제천의 한 중학교 학생이 약 1년간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논란이 되면서 충북도교육청이 이례적으로 현장조사에 나섰다.

도교육청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제천의 해당 중학교를 찾아 현장조사 중인 것으로 3일 알려졌다.

학폭 사안은 통상적으로 학교 자체 조사를 바탕으로 교육지원청이 학교폭력심사위원회를 열어 피해 학생 보호방안, 가해 학생 징계수위를 결정하는 식으로 다뤄진다.

그러나 학교 측이 학폭을 인지하고도 묵인,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교육청이 직접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피해 부분은 제천교육지원청이 조사하고, 본청은 학교 측의 대응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 부모인 청원인은 지난 1일 ‘아이가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통해 “작년 2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서 폭행·괴롭힘이 시작돼 지난달 23일까지 무려 1년 가까이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겨울에는 제설제(염화칼슘)와 눈을 섞어 강제로 먹이고 손바닥에 손소독제를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으며, 심지어 학교 담장을 혀로 핥아서 (해당) 중학교의 맛을 느껴 보라고 하고 얼음 덩어리로 머리를 가격해 저희 아이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3학년에 올라와서도 아이가 각목으로 다리를 가격당해 전치 5주 진단(근육파열)이 나왔으며, 짜장면에 소금과 후추, 조약돌, 나뭇가지를 넣고 먹으라고 했지만 아이가 먹지 않자 머리를 무기로 가격해 전치 3주 진단(뇌진탕)이 나왔다”고 썼다. 이어 “가방 셔틀 동영상뿐 아니라 성기를 찍어 올리겠다고 해 거부했더니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고 벽과 책상에 머리를 부딪치고 허리를 뒤로 꺾었으며, 배 위에 올라타 무차별 폭행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3일 가해 학생이 SNS에 올린 가방 셔틀 동영상을 보고서야 피해 사실을 알았다”며 “아이가 폭력과 괴롭힘에 너무 힘들어 자살 시도까지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글은 현재 1만5000명가량이 동의했으며 사전 동의가 완료돼 관리자가 검토 중이다.

한편 피해 학생 가족은 지난주에 5명의 가해 학생을 특정해 제천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번 주가 학교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아직 고소인 및 피해 학생 조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경찰서 관계자는 “부모의 요구에 따라 중간고사가 끝나는 대로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