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자신을 ‘남페미’라 부르는 것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진 전 교수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페미? 나보고 남페미라 그러는데, 솔직히 난 페미니즘이 뭔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는 “그냥 일반적인 차원에서 성평등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찬성하지만, 페미니즘에도 매우 다양한 유형들이 있기에 그 모든 흐름을 다 알지 못하고, 또 자기들끼리도 서로 부딪히는 그 모든 유형에 다 동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명칭을 정중히 사양하는데, 그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이라며 “90년대 중반 경,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내 여자친구가 나 보고 ‘너, 어디 가서 페미니스트라 하고 다니지 마. 내가 죽여버릴 거야.’라고 했다. 난 죽고 싶지 않다”고 부연했다.
‘남페미’는 남성 페미니스트의 준말로 경우에 따라 부정적인 맥락에서 쓰일 때가 있다. 여성에 아부하며 이익을 취하려 한다거나, 페미니즘 발언권마저 남자가 빼앗아가려 한다는 차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진 전 교수는 “공약의 부담이란 게 있다. 나 또한 진공상태에서 자란 것은 아니라, 내가 아무리 진보적으로 사유한다 해도 몸 안에 이미 다양한 차별의 코드들이 기입됐다”며 “입으로 페미니즘 떠들다가 그 신체 코드가 무의식 중에 표출되는 순간, ‘위선자’가 되기 십상이고. 솔직히 그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니까 내가 페미니스트의 편을 든다면, 그것은 그저 페미와 안티페미의 얘기를 각각 들어봤을 때 논리적으로 페미 쪽의 주장이 합당하고, 안티페미의 주장들은 견적이 안 나올 정도로 형편없다는 판단에서 취하는 태도일 뿐”이라며 “페미 대 안티 페미 싸움에 개입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내가 그런다고 페미니스트한테 좋은 소리 듣는 것도 아니다. 페미니스트들에게는 기껏해야 ‘이젠 젠더 의제까지 남성이 주도하려 하냐’는 비아냥이나 들을 뿐이고, 이대녀들에게는 ‘저 새끼, 웬일이냐. 뭐,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으니까’, 뭐, 이런 소리나 들을 뿐이다”라면서 “주제 파악 정도는 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여러 방송에서 출연해 달라고 하는데, 이런 의제는 여성이 주도하는 게 맞다고 말하며 다 거절했다. 50대 아재가 설치는 거, 보기 좋은 거 아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냥 내 스탠스는 ‘논리적’인 것으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 난 말도 안 되는 소리 들으면 그냥 짜증이 난다”며 “난 데카르트처럼 사람은 누구나 ‘이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철학자로서 그걸 좀 더러 쓰면서들 살았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진 전 교수는 2일 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함께 채널A ‘MZ세대, 정치를 말한다’에 출연해 공개 토론을 벌였다.
토론 뒤인 오늘(3일) 새벽 4시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진 전 교수는 “오늘 토론에서 (이준석씨가) 교훈을 좀 얻었어야 하는데 이젠 의식이 아니라 존재의 문제가 돼 버려 그 수렁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듯하다”며 “남초 사이트에서 떠드는 얘기들은 거의 전부 사실에 부합하지 않거나(대응설), 논리적 정합성이 결여되어 있거나(정합설), 좁은 우물 밖에서는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것들(합의설)로 공론장에 입장할 자격이 안 되는, 논리학 오류론의 총집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조목조목 반박해 주었겠지만, 요즘은 다 귀찮다”며 “그냥 그렇게들 살아라”라고 덧붙였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