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교체로 전열을 재정비한 여야가 4일 ‘인사청문회 빅매치’에서 격돌한다. 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등 유례없는 5개 부처의 인사청문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국회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4·7 보궐선거 참패,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최저치 경신 등 여권의 악재가 계속되는 와중에 벌어지는 여야의 첫 대결이다. 야당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를 부각하며 부적격 후보자를 걸러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여당은 낙마자가 나올 경우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을 우려해 적극 엄호에 나설 예정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인사청문회는 내로남불 전시회인가”라며 “이번 장관 후보자들도 야당의 임명동의를 얻기에 대부분 수준미달”이라고 비판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도 “수신제가도 못하는 함량미달 인물들이 장관 후보자로 청문회에 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문제가 되는 후보자들은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이 정조준하는 인사는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다. 노 후보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의 여진으로 전임 변창흠 장관이 4개월 만에 퇴임한 시점에 임명돼,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를 둘러싼 공방의 중심에 서 있다. 또 2011년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분양 받은 뒤 실거주 없이 전세만 놓다가 2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는 의혹, 자녀들의 ‘강남 학군’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 의혹 등이 제기됐다. 야당은 노 후보자에게 제기된 도덕성 논란과 함께 ‘예산통’인 그가 집값 안정과 LH 개혁 등 부동산 현안 해결사로 적합한지 따져물을 계획이다.
학자 출신인 임 후보자는 남편과 공저자로 등재한 논문이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서울 대방동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국가지원금으로 참석한 해외 세미나에 두 딸을 데리고 갔다는 의혹 등도 야당의 공격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배우자의 고가 도자기 ‘밀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의 ‘낙마 리스트’에 올랐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밀수를 단속하는 해양경찰청이 속한 해수부를 이끄는 부처 수장으로 지목된 인사”라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도 “해수부 장관 후보자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6~7일 인사청문특위가 예정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도 촉구했다. 김 권한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에 당대표 출마했다가 떨어진 사람이 어떻게 내각 총책임자가 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도 민주당 현역의원 출신”이라며 “김 후보자를 국무총리에 지명한 건 관건선거를 하겠다는 노골적인 의사 표명”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인사청문회에서 ‘강대강’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문재인정부에서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30명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정부에서 야당 동의 없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인사는 지난 2월 임명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총 29명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