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이뤄지던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부쩍 시들해진 분위기다. 폭증하는 백신 수요를 충당하는 데 집중했던 미국 보건 당국은 이제 백신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접종을 설득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미국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거나 근거 없는 음모론을 맹신하는 등의 이유로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한때 340만명에 달했던 미국의 일일 백신 접종자 수는 최근 감소세로 접어들어 약 250만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시피주와 와이오밍주 등 정치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접종자가 줄면서 캘리포니아주와 콜로라도주, 플로리다주 등 지역 당국은 이달 말 안에 대규모 접종센터를 폐쇄할 방침이다.
백신 접종자 수가 줄어드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보수 성향 주민과 소수인종을 중심으로 백신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연령대가 본격적으로 접종 대상에 오르면서, 고령층보다 백신 접종 일정을 잡기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실제로 백신을 두 차례 맞은 비율은 50~64세 연령대에서 27%인 반면, 18~49세에서는 9~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관들도 백신 접종이 저조한 직군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경찰청 소속 경찰관 중에서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비율은 39%로, 평균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애틀랜타주는 36%, 오하이오주 주도인 컬럼버스는 28%에 그쳤다. 경찰은 대민 업무를 맡는 직종인데다, 미국 경찰관 중에서는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사람도 많아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접종을 둘러싼 갈등도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한 학교에서는 부모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을 경우, 이들과 포옹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지를 학생들에게 보내 논란을 일으켰다. 해로운 백신 성분이 몸에 묻으면 안 된다는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이 학교는 약 일주일 전 교사들에게 학기가 끝나기 전에 백신을 맞으면 해고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1년 학비가 3만 달러(약 3370만원)에 달하는 사립학교다. 이 일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학교에서 데려오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백신 음모론자들까지 학교 주변에 몰려들어 지지 시위를 벌이는 상황이다. 이곳 학교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에 반대한다며 부실한 방역 수칙을 학교 내에서 시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