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공관 초청해 오찬 회동…깊어지는 미·대만 교류

입력 2021-05-03 16:25 수정 2021-05-03 18:36
브라이언 애글러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대리(왼쪽)가 지난달 30일 우즈중 대만 대표부 대표를 공관으로 초청해 찍은 기념사진. 주프랑스 미 대사관 트위터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관이 대만 대표부 대표를 공관으로 불러들였다. 미 국무부가 대만 정부 인사들과의 접촉 제한을 해제한 이후 양측간 교류의 폭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브라이언 애글러 주프랑스 미 대사대리는 지난달 30일 우즈중 대만 대표부 대표를 공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대만 대표부는 트위터에 “애글러 대사는 미국과 대만 국민 사이의 오랜 우정, 공통된 민주적 가치,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대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대만 언론들은 1979년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미 대사관저에서 양측 외교관이 만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랑스에서의 오찬 회동을 미국과 대만의 교류 정상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입장문을 내 “대만은 중국 영토이며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의 이번 행위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대 연합 공보를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은 대만과의 공식 왕래를 중단하고 대만 문제를 이용해 미·중 관계를 파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대만과의 교류 폭을 넓히면서 미·중 수교의 근간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조금씩 허물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대만 정부 인사들과의 교류 제한을 대폭 완화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전직 의원과 고위 관료 3명으로 구성된 비공식 대표단을 대만에 보냈다.

미국과의 밀착 분위기 속에 대만에선 독립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야오자원 전 주석은 지난달 당 소위원회에서 대만 국호를 ‘중화민국’에서 ‘대만공화국’으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을 ‘민주국가’로 칭하며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거짓말하지만 하루도 대만을 통치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이런 움직임을 도발로 규정하고 연일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타격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정의의 심판이 늦어질 수는 있어도 없을 수는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