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범 접근금지 위반인데…피해자에 “양보하라”한 경찰

입력 2021-05-03 15:40

법원이 가정 폭력 피해자 보호 명령을 내려 가해자가 접근을 금지를 하도록 했음에도 경찰이 집행을 거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접근금지명령 위반 사례임에도 피해자에게 “양보하라”는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경찰 등은 가정 폭력을 저질러 피해자에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가해자가 명령을 위반하고 지난달 6일 피해자를 찾아갔다고 밝혔다.

당시 A씨는 남편으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한 후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했고, 지난달 6일 가해자인 남편에게 ‘주거지 등 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은 후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여전히 집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에 A씨는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청했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법원의 임시 보호 명령을 어기는 경우 경찰은 퇴거를 명령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하면 현행범으로 체포도 가능하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서경찰서 관할 지구대 B경위는 “경찰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법원이 가해자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렸다고 호소했으나 B경위는 “법원에서 이렇게 종이만 보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강제집행 등은) 법원이 해야 할 일”이라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심지어 B경위는 “남편의 얘기에도 일리가 있으니 떼쓰지 말고 얘기를 해봐라” “오늘은 (피해자가) 한발 양보하라”는 등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B경위는 끝까지 현장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다가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이날 지구대에 법원의 임시 보호 명령이 송달된 것을 확인한 뒤에서야 다시 현장에 출동해 가해자를 퇴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측 관계자는 “직원의 착오로 첫 출동 당시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못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해당 직원은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