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초만에 ‘신발 버렸다’고…” 한강사망 대학생 父 호소

입력 2021-05-03 13:37 수정 2021-05-03 13:55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엿새 전 실종된 대학생의 시신을 발견한 민간구조사가 구조견과 함께 시신 수습현장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강공원에서 잠이 들었다가 실종 엿새째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아버지가 아들이 사라진 당일 ‘의문의 2시간’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손씨와 술을 마셨던 친구 A씨가 당시 신었던 신발을 버렸다는 온라인상의 이야기와 관련해서도 A씨 아버지에게 직접 들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손씨의 아버지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A씨가) 3시30분에는 우리를 깨우는 게 미안해서 전화를 안 했다고 하더라도 5시30분에 와서도 우리 집에 전화를 안 했다”며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손씨의 아버지가 말한 ‘3시30분’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25일 A씨가 자신의 부모와 통화를 한 시간이다. 한강공원에서 전날 밤 11시부터 술을 마신 손씨와 A씨는 이튿날 새벽 2시쯤 잠이 들었다. A씨는 오전 3시30분쯤 자신의 휴대전화로 부모와 통화하던 중 ‘손씨가 취해 잠들었는데 깨울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A씨는 통화를 끝내고 다시 잠들었다가 약 1시간 뒤 일어났다. 그는 깨어났을 때 주변에 손씨가 있었는지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후 손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홀로 귀가했다. A씨의 휴대전화는 손씨에게 있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현장 주변과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된 손씨의 소지품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간 A씨는 손씨가 귀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부모님과 다시 나와 오전 5시30분쯤 손씨의 실종 사실을 파악했다. 지난달 25일 오전 3시30분부터 오전 5시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의 손씨 행적이 불분명한 것이다. 당시 한강공원에 있던 목격자들은 같은 날 오전 3시40분쯤 손씨와 A씨가 함께 있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씨의 아버지는 이와 관련, A씨가 오전 3시30분쯤 부모와 통화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수요일 날 형사님 말씀이 걔(A씨) 휴대전화를 못 찾고 있으니까 내역을 조회해서 받았는데 3시30분에 자기 집에 전화한 기록이 있다고 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A씨 측에 전화해서) 왜 걔가 3시30분에 집에 전화한 내용을 어제 말을 안 해줬냐고 따졌다”면서 “그쪽에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의 시신을 수습하기 전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의 신발에 대해서는 “(A씨가) 자던 중 우리 아들이 일어나서 막 뛰어다니다 넘어지면서 신음을 낸 걸 들었고, 얘를 일으켜 세우느라고 바지와 옷에 흙이 많이 묻었다는 얘기를 했다”며 “그걸 감안해서 찾아야 하는데 그 주변에 그렇게 더러워질 곳이 없어서 신발을 보여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 아버지에게) 보여 달라고 했더니 0.5초 만에 ‘버렸다’고 했다”며 “보통 아빠라면 ‘잘 모르겠다. 물어볼게요’라고 하는 게 정상일 것 같은데 애 신발을 버린 걸 알고 물어보자마자 대답을 하는 게 이상했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취조하듯이 따질 수는 없는 거 아니냐”며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50분쯤 실종 장소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 중이며, 손씨의 아버지가 지적했던 시신 머리 부분의 자상은 직접적 사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