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오만함 때문에 야당인 국민의힘을 돕게 됐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3일 공개된 일본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 탄생에 공헌하고도 입장을 바꿔 야당 재건에 합류한 이유가 뭐냐’는 기자 질문에 “여당은 정권을 잡은 뒤 ‘20년 동안 집권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등 오만방자한 발언이 많았다”며 “여당이 안 되겠다 싶으면 야당을 선택하는 게 민주주의의 좋은 점이다. 균형을 위해 (야당을)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정권이 10년 동안 계속되면 과거의 방식에 사로잡혀 시대에 적응할 수 없게 된다”며 “자민당이 계속 집권해 역동성을 잃어가는 일본에도 적용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재보선에서 승리한 데 대해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으로 비서에게 고소당해 자살한 사건 등이 터진 가운데 선거가 치러졌다”며 “문재인정부가 그간 부동산 문제 등에서 시민들에게 불쾌한 정책을 반복해왔다는 점을 강조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차기 대권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6~7월에는 선거전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지금 시점에 내가 할 얘기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에 나갔기 때문에 지명도가 있어 앞서가고 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지만 출마 의향을 본인이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 주자를 도울 의향이 있는 질문에는 “다음 대선은 나라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선거”라면서도 “내 나이가 80이 넘었다. 슬슬 인생을 즐겨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훌륭한 사람이 나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 모든 것을 걸고 도울지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절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일 관계 해법에 대해서는 “문제는 복잡하게 꼬였고 해결은 차기 정부에서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조건이 변화하고 있음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의 도를 넘는 팽창이 계속되고 미·중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일 양국 사이에는 예전과 다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런 사정을 모두 재검토한다면 양국 간 최대공약수를 따져볼 수 있다. 지도자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함께 자국민을 설득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일본도 가해자의 입장에 서서 피해자(한국)에게 양보하기를 바란다”면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위안부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사과하는 방안에 대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털끝 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는데 이런 태도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