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Fn터치]·미·유로존 경기 올해안에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 전망

입력 2021-05-03 12:55
글로벌 제조업 호황 불구, 중국 제조업은 ‘저조’ 이상 흐름
“장기화 땐 반도체 중심 한국의 수출 전선에 차질 우려”



<자료:Bureau of Economic Analysis,유진투자증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를 중심으로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 시점도 올해 말 이전으로 6개월 이상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시계도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6.4%(연율기준)는 시장 컨센서스(6.6%)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4분기의 4.3% 성장률을 훨씬 웃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의 99.1%까지 육박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민간소비 증가세가 눈에 띈다. 소비의 성장기여도가 7.0%로 정부 소비 및 투자(1.1%), 설비투자(1.1%) 건설 투자(0.5%) 등 다른 부문의 기여도를 압도했다.

유진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개인소득의 9%를 차지하는 정부의 재난지원금(1인당 2000달러) 영향이 컸는데, 소비가 팬데믹 이전의 99.9%까지 회복됐다. 미국의 4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가 72.1로 1983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소비가 생산을 자극하는 선순환 조짐도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뚜렷한 소비 증가세로 볼 때 팬데믹 이전으로의 경제 회복 시점도 훨씬 앞당겨 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제연구기관인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완연한 회복 시점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했던 내년 중반보다 앞선 올해 말 이전으로 제시했다.

FT는 유로존 경기도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에 비해 0.6% 감소하면서 이중 침체의 양상을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4월의 유로존 제조업 PMI(예비치)는 1997년 6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치인 63.3을 기록했다. ING은행의 버트 콜리진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감염세가 가라 앉고 백신 접종이 강화되면서 유로존 경기도 빨리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씨티그룹과 베렌버그 은행 등은 2022년까지 경기회복이 어렵다는 IMF 전망과 달리 올해 말까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 GDP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5.5% 정도 뒤쳐져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거듭된 완화기조 유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경기 호조 전망 뒤켠엔 여지없이 긴축 우려가 따라 나온다.

특히 연준 내에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지난 1일 월 1200억 달러의 자산 매입 속도를 늦추거나 테이퍼링을 논의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매입 조정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경제는 개선되고 있으며 연준의 상당한 추가 진전이라는 전제조건에 곧 도달할 것이다. 1월 예상보다 더 이른 시기에 기준점에 도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 시점을 올 4분기 정도로 예상해왔다.

연준의 긴축 논의는 고용시장 개선정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주 발표하는 4월의 미국의 구인일자리 현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소비 증가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 개선으로 나타나면서 고용 상황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한달동안 일자리는 91만6000명이 늘어 4월엔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만명 이상 고용이 수개월 지속돼야 한다’며 긴축 조건으로 제시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반면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시장 예상치(51.6%)에 미치지 못하는 51.1을 기록하면서 30년만에 최고치를 보인 미국 PMI와의 격차가 최대치로 벌어졌다. 유럽의 제조업 PMI가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중국이 글로벌 제조업 호황에서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부채관리에 초점을 둔 중국 정책 당국의 완만한 부양정책 기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의 박상현 연구원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와 중국 제조업 경기간 차별화 현상을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그럼에도 중국 제조업 경기의 소외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국내 수출과 제조업 경기에는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