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소비 증진, 최대 19.8% 늘려” 서울 긴급생활비 분석…

입력 2021-05-03 12:01

서울시가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시민에게 지급한 ‘재난긴급생활금’이 저소득 가구의 소비 하락을 방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10명 중 8명은 긴급생활비 지원이 가계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3일 서울시복지재단의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5월 코로나19 이후 시민들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고자 약 159만 가구에 약 5400억원을 지급했다.

분석 결과, 긴급생활비를 받은 시민들의 1인당 평균 소비가 1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별로 살펴보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긴급생활비 단독 지급 기간에 최대 18.4%의 소비증진효과가 나타났고, 국가재난지원금이 함께 지급된 5월 13일 이후의 효과는 최대 31.7%에 달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비증진 효과가 두드러졌다. 연 3600만원 이하의 소득하위집단에서 소비가 8.2~19.8%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긴급생활비를 지급받은 시민 중 상위계층에도 소비 증가가 있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진 않았다.

긴급생활비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품목들의 소비를 유지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슈퍼마켓, 편의점 등 유통 부문에서 41%로 가장 많이 지출됐고, 대중음식점·제과점·커피전문점 등 요식 부분 22.9%, 음식료품 10.8%, 의료 8.9% 순이었다.

이는 영세 자영업자 매출 증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영업 매출 증대 효과를 분석해 본 결과, 긴급생활비 지출이 10% 늘었을 때 가맹점매출은 0.36% 증가했고, 연간 3억원 미만의 가맹점은 매출이 0.65% 늘어났다.

시민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재단이 지난해 10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 한달간 긴급생활비를 받은 시민 72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경과 ‘가계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88.06%(긍정 71.14%, 매우 긍정 16.92%)였다. 지역경제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줬다는 응답도 총 86.83%(긍정 67.19%, 매우 긍정 19.64%)로 나왔다.

재단은 “재난지원금의 목적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득이 감소한 가구의 소비 하락을 방지하고 소비 평탄화를 이루도록 지원하는 데에 있다”며 “재난긴급생활비는 이러한 정책 목적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원금 지출 이후에는 다시 소비위축 상태로 복귀했고, 자영업 매출 증진 효과도 미약했다. 재단은 “큰 재정을 투입했지만 일회적 지원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긴급생활비 신청자 중 ‘재난위기가구’는 약 16만8000가구로 추정됐다. 소득빈곤 상태이면서(기준중위소득 30% 이하) 소득이 불안정하고(코로나19로 가구소득 감소), 재산 수준이 낮은(가족 명의 집 미보유) 가구다. 이중 1인 가구가 60.1%였고, 가구주의 39.3%가 프리랜서 등 특수형태근로자였다. 재난위기가구의 연령은 32%가 35~49세, 37.2%가 50~64세로 청년과 노인이 재난 상황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은 “한정된 재원으로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직접적인 피해 계층을 표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향후 재난 위기 상황 발생 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도구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