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심사 과정에서 첫 기각 사례가 나왔다. 아동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종교적 신념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병무청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지난 3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대체역 편입 신청을 한 A씨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심사위에 따르면 A씨는 “이웃을 사랑하고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군 복무를 할 수 없다”며 대체역 편입 신청을 했다. A씨는 어렸을 때부터 성경을 배우고, 집회에 참석하는 등 꾸준한 종교활동을 해오면서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행하면 안 된다는 양심을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사위 판단은 달랐다. 심사 과정에서 A씨가 2019년 11월 아동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A씨는 경찰수사와 대체역 심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종교의 교리에 어긋나며 후회·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했지만, 심사위는 그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사위는 “여성과 아동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 행위가 전쟁행위와 유사하게 폭력성을 드러낸 것으로 봤다”며 “신청인의 군 복무 거부 신념과 심각하게 모순된다고 판단했다”고 기각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말 출범한 심사위는 총 2116명의 대체역 편입 신청서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1208명을 대체역으로 인용·결정했다고 전했다. 사유별로 보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편입된 인원이 120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개인적 신념을 사유로 대체복무가 결정된 사람은 4명으로 집계됐다.
동물권 활동가로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왔거나 비건(채식주의)을 실천하는 등 양심에 부합하는 활동이 확인된 현역병 입영대상자가 포함됐다고 심사위는 전했다. 나머지 신청 건의 경우 기각 1명, 서류 미제출로 인한 각하 2명, 철회 24명이며, 881건은 아직 처리 중이다.
인용된 1208명 중 793명은 대체역 제도 도입 이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가 2018년 6월 병역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무죄가 확정된 사람들로, 자동 인용 결정됐다. 415명은 심사위 사전 심사와 전원 심사 등 2단계에 걸쳐 대체역 편입이 결정됐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