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노출 정도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학력 수준에 따라 간접흡연 피해를 입는 정도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경우 간접흡연 노출이 10년 새 큰 폭으로 감소한 결과다. 학력 수준에 따라 직장 등 환경에서 비흡연자 보호 정도 등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홍준·국제진료센터 강서영 교수팀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성인 비흡연자 3만27명의 간접흡연 노출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간접흡연 노출은 최근 1주일간 직장과 가정에서의 간접흡연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와 소변 내 코티닌 수치를 기준으로 측정했다. 코티닌이란 니코틴이 몸에 들어가 생기는 대사물질이다. 비흡연자는 코티닌 수치가 ㎖당 1ng 이하로 나와야 정상이며 5ng 이상이면 간접흡연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한다. 연구팀은 이들을 나이, 학력, 소득, 직업 등 사회경제적 기준에 따라 나눠 연간 간접흡연 노출 정도를 분석했다.
10년 사이 전체 대상자의 코티닌 수치는 ㎖당 평균 2.75ng에서 0.56ng으로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간접흡연 피해가 없는 사람의 비중도 51.1%에서 96.6%로 크게 늘었다.
1주일 이내 직장 및 가정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도 뚜렷하게 감소했다. 직장 내 간접흡연을 경험했다는 이들의 비중은 남성이 45.6%에서 11.2%로, 여성은 23.6%에서 4.6%로 급감했다. 가정 내 간접흡연 경험 역시 남성의 경우 5.3%에서 0.9%로, 여성은 18.1%에서 5.2%로 감소했다.
그러나 교육 수준과 가계 소득, 직업에 따라 간접흡연 감소 폭에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학력에 따른 격차가 가장 컸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의 평균 코티닌 수치는 지난 10년간 남성의 경우 ㎖당 3.70ng에서 0.54ng으로, 여성은 3.01ng에서 0.46ng으로 대폭 감소했다. 2018년 기준 남성의 최종학력별 평균 코티닌 수치는 대졸자 0.54ng, 고졸자 0.66ng, 중졸자 0.71ng, 중학교 미만 0.63ng이었으며, 여성은 대졸자 0.46ng, 고졸자 0.56ng, 중졸자 0.65ng, 중학교 미만 0.61ng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학력자들이 근무하는 장소가 주로 대형 사업장에 몰려있다 보니 이들 집단에서 간접흡연 노출이 최소화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공장소는 실내 금연정책이 제정된 직후부터 흡연이 제한됐으나 소규모 사업장은 2015년이 돼서야 실내 흡연이 금지돼 간접흡연 노출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을 것으로 봤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교육 수준이 간접흡연 노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면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 등에서 간접흡연 노출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흡연 규제정책을 더 세밀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니코틴과 담배 연구’(Nicotine & Tobacco Research)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