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고맙고 사랑해” “앞으로 속 안 썩일게요”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는 생전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다정다감한 아들이었다.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50)씨는 2일 블로그에 ‘아들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아들과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오늘은 장례 2일째, 드디어 입관을 했다. 한강 물속에서 혼자 외로웠을 아들을 생각하면 괴롭지만 예쁘게, 예쁘게 해줬다”며 “이제 제 아들과의 대화를 남기고자 한다. 제가 받고 싶은 이모티콘을 선물한 뒤로 그걸 써주면 너무 고마웠다”라고 적었다.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정민씨는 “아빠 감사해용” “사랑합니다” “앞으로 속 안 썩이고 잘 지낼게요” 등 평소 애정표현을 자주했다. 특히 ‘아빠! 사랑해!!’ ‘역시 우리 아빠!’ 등 이모티콘도 함께 보냈다.
아버지가 “아들, 본과 들어가니까 열심히 지내서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넌 자랑스러운 아들이야”라고 응원하자, 정민씨는 “아빠 사랑해!”라고 이모티콘으로 답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빠 엄마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정민이 늙는 것까지 볼게…우리 힘내자”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씨는 “저는 이 말을 지키고 있는데 이놈(아들)이 지키지 못했다”고 적었다.
손씨는 글을 마무리하며 “전 세상에서 아들이 제일 사랑스러웠다”며 “이제 같이 여행은 못 가지만 이 집에서 영원히 살면서 아들방을 똑같이 유지하기로 아내와 다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이 정민이 게시판은 이런 용도로 사용하고자 한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나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손씨는 아들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차씨는 언론에서 실종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수색에 나섰고, 지난달 30일 수색견과 함께 반포 수상택시 승강장 근처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손씨는 “(차씨가) 물때까지 파악해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정민이가 며칠째 찬 강물 속에 있었을 테고, 생각하기도 싫다”며 차씨를 찾아가 감사인사를 전하겠다고 했다.
이를 본 네티즌은 “아버지가 사랑으로 키운 게 느껴진다” “너무 착한 아들이었다” “아버지의 담담한 모습이 참 슬프다” “아드님 좋은 곳에 가시기를 기도하겠다” 등 애도를 표했다.
한편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일 오전 정민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육안으로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소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에 난 자상은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정민씨의 사망 원인은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는 15일 뒤에야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민씨는 지난달 25일 친구와 함께 반포 한강공원을 찾았다가 실종된 후 5일 만에 실종 지점과 가까운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