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려라” 언론사에 항의 메일 보낸 친누나 살해범

입력 2021-05-03 07:20 수정 2021-05-03 09:38
뉴시스

친누나를 살해한 뒤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이 구속된 가운데 이 남동생이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언론사에 항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MBC는 2일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처음 나간 뒤 남동생 윤모(27)씨가 이를 보도한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사를 내리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씨는 자신을 유가족이라고 밝힌 뒤 기사 내용 중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있는데 가족은 실종신고를 했다고 항의했다. 윤씨는 또 “진위가 확실치 않은 기사 보도는 하지 말아 달라”면서 “말 한마디가 예민하게 들리는 상황에서 계속해 이런 기사가 보도된다면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메일을 보내기 이틀 전은 누나의 발인이었다. 윤씨는 당시 시신 운구 때 누나의 영정 사진을 들기도 했다. 윤씨는 시신이 발견돼 누나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사에 메일을 보내 끝까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지난해 12월 중순쯤 새벽 시간대에 자택인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친누나를 집에 있던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해당 아파트 옥상에 열흘간 누나의 시신을 방치했다가 지난해 12월 말쯤 렌터카로 운반해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윤씨가 범행 후 누나 명의의 메신저와 은행 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하고 정보통신방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기로 했다. 윤씨는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누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식비 등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윤씨는 범행 후 누나의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부모를 속였고 지난 2월 14일 경찰에 접수된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누나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21일 오후 2시13분에 인근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윤씨를 지난 2일 구속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