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달러 해제 합의” 이란 주장에 미국 “사실 아냐”

입력 2021-05-03 04:20 수정 2021-05-03 09:43

AP통신이 현지시각으로 2일 이란 국영 매체를 인용해 이란과 서방 국가들이 이란의 해외 동결자금 70억 달러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국영방송은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이란이 해외 동결자금 70억 달러(약 7조7000억원)의 해제와 미국에 억류된 4명의 이란인을 석방하는 대가로 이란에 구금된 미국인 4명을 석방하는 죄수 교환 합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또 영국 정부가 이란에 구금 중인 영국 이중국적 활동가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의 석방을 대가로 4억 파운드(약 6100억원)를 지불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보도에 미 국무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에 “죄수 교환 협상이 타결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도 CBS방송에 출연해 “유감스럽게도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는 이란, 교섭 담당자에게 항상 이 문제를 제기하지만 지금까지는 4명의 미국인을 집으로 데려오는 데 대한 어떤 합의도 없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ABC방송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짧은 대답은 현재 합의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란 핵합의 상호 복귀를 위해 수주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남은 의견차를 좁히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이 의견차는 미국과 다른 나라가 어떤 (대이란) 제재를 철회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결코 갖지 못하도록 핵 프로그램에 관한 어떤 제약을 수용할지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외교부도 자가리-랫클리프의 석방과 관련한 이란발 보도를 낮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란은 한국에서 받아야 할 자금 70억 달러(약 7조7000억 원)가 미국의 제재로 묶여 있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대금을 받아왔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고 대규모 제재를 가한 뒤 한국과 이라크, 중국 등에 이란산 원유 수입대금 약 200억 달러(22조3500억원)를 동결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해 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이란은 서방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 중이다. JCPOA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 행정부 주도로 2015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이란과 체결한 협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란 핵합의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선 해제”를 요구하는 이란과 “단계적 합의”를 주장한 미국의 의견 차이가 커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