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당시 랩을 부르고 ‘먹방’을 찍었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유세지원 백서’를 의정보고서 형태로 배포하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선거 기간 자신의 ‘활약상’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제작한 2000부 가량의 책자를 사무실에 쌓아 둔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태 의원은 지난달 14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강남갑 당협 지원유세 백서’라는 의정보고서를 만들었다. ‘테미넴’이라 자칭하면서 랩으로 투표를 독려하고, 버버리코트 차림의 ‘태록홈즈’로 변신해 사전투표 팩트체크를 했던 활동이 백서에 담겼다. 모자를 거꾸로 쓴 채 ‘싹! 다 갈아 엎어드릴게요’라는 노래를 부르며 막춤을 추는 모습, ‘태록홈즈’의 탄생비화도 포함됐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 책자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배포를 불허했다.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지원 내용을 의정보고서 일부로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전체적으로 선거 지원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은 의정보고서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거 지원유세는 의정 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법안 발의, 예산확보 등의 내용을 주로 담는 통상적인 의정보고서들과 달리 태 의원의 ‘낯선 의정보고서’가 선관위의 유권 해석에 막힌 셈이다. 태 의원 측은 “선관위에서도 이런 형태의 의정보고서는 처음이어서 유권 해석을 받는데 4일이 걸렸다”고 했다.
이에 태 의원은 ‘의정보고서’라는 용어을 빼고 배포할 수 있는지 다시 문의했으나, 선관위는 “정당의 경비가 아닌 당원협의회 단독으로 소식지 배포는 불가능하다”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2주간 씨름끝에 하던 태 의원은 결국 사비로 만든 책자를 배포도 못한채 그의 사무실에 쌓아둘 수 밖에 없게 됐다.
태 의원은 “북한에서 온 뒤 선거를 딱 두 번 치러봤는데, 유세 활동을 가능하면 제한하는 게 우리나라 선거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유튜브 방송, 선거 지원유세 등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가 아니냐”며 “의정활동 범위도 다양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세지원 백서의 온라인 배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선거운동은 공직선거법에서 상시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인터넷 상 선거운동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기회의 균형성·투명성·저비용성의 제고’라는 공직선거법 목적에 부합한다”며 온라인 선거운동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태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똑같은 내용인데, 종이로 된 책자는 불허하고 파일 형태로 전송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