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침해 논란’ 軍 훈련소, 이제 매일 샤워한다

입력 2021-05-03 00:10 수정 2021-05-03 00:10

육군이 과도한 샤워·화장실 이용 제한으로 장병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진 육군훈련소 등 신병 교육기관에 매일 샤워를 허용하는 대책을 내놨다.

육군은 2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주재로 방역관리체계 조치사항 중간점검 회의를 열고, 생활관 단위 활동과 개인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세면 양치 샤워가 매일 가능하도록 했다. 군 장병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입영 당일부터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꾼 것이다.

신병들은 훈련소에 입소한 뒤 두 차례에 걸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는다. 기존에는 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인 입소 10일 뒤에야 샤워가 가능했고,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군은 1차 검사 결과가 나오는 3일 후부터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육군은 화장실도 기다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취침 간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없앴다. 육군본부는 “예방적 격리조치에 들어간 훈련병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온수 샤워가 가능한 급수 및 샤워시설을 추가로 긴급 설치했다”며 “이동식 화장실과 야외 간이세면장 등의 시설물 설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군 관련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에 ‘공군 수도권 부대의 저녁 도시락’이라는 내용과 함께 급식 사진이 올라왔다. 일회용 스티로폼 도시락에 밥과 한 숟갈 정도의 불고기, 깍두기 2개가 담겨있다. 페이스북 캡처

급식에서도 격리 장병에게 선호 메뉴가 부족하지 않도록 우선적으로 충분하게 배식하고, 이를 현장에서 간부가 직접 확인한 후 감독하는 체계를 갖춰 시행하도록 했다. 또 코로나19 격리 병사의 고립감 해소를 위해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확대했다. 기존 평일 일과 이후와 주말에만 사용을 허용하던 것을 평일 일과 중에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육군훈련소는 이날 김인건 소장 명의의 사과문을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이 소통합니다’에 게재하고 “훈련병의 기본권과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성찰과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세면과 양치, 샤워는 매일 가능하며, 화장실을 기다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장병 기본권이 보장된 가운데 방역과 인권이 조화되도록 방역지침과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군인권센터의 직권조사 요청 등을 수렴해 군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육군 관계자는 “인권위가 조사를 나온다면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