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김도혁(29)이 ‘특급 조커’로 팀의 승리를 이끄는 대활약을 보여줬다.
김도혁은 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강원 FC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12분만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함께 교체투입된 송시우가 왼쪽 측면으로 대각선 방향 패스를 넣어주자 달려들던 김도혁이 그대로 드리블 뒤 강원의 골망을 갈랐다. 이 골은 그대로 결승골이 되어 인천에게 승점 3점을 가져다줬다.
경기 전까지 11위로 쳐져있던 인천은 이날 승리로 승점 14점을 쌓아 FC 서울과 동률을 이루며 9위로 뛰어올랐다. 김도혁은 득점 뒤 인천의 서포터석 앞을 내달리며 팬들을 향해 환호했다. 김도혁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2017년도에 상무랑 마지막 경기서 골 넣고 군입대를 했다. 공을 차는 순간 그 기억이 떠올랐다”고 복기했다.
이날 경기는 전반부터 강원의 흐름이었다. 인천은 근근히 강원의 공세를 막아냈지만 전방에서 압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역습 기회 자체를 잡지 못했다. 강원은 적극적인 침투를 선보인 마사를 중심으로 시종일관 공격을 주도했다. 인천의 골문 쪽으로 강하게 불던 바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김도혁은 투입 직후부터 활발한 압박으로 경기를 인천 쪽으로 가져왔다. 전반 실종됐던 전방 압박이 살아나면서 앞선에서 공을 탈취하는 일이 잦아졌고 이는 인천의 특기인 역습을 보다 원활하게 전개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교체 투입된 송시우와 만들어낸 결승골도 결국 이런 흐름이 작용한 결과였다.
김도혁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저희 아버지가 오늘 생신이다. 오늘 경기서 골을 선물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이뤄졌다”면서 “아버지에게 큰 선물을 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오재석에게도 “재석이 형(오재석)이 오늘 제가 골을 넣는 꿈을 꿨는데 함부로 먼저 말했다가 이뤄지지 않을까봐 참고 있었다더라. 경기 끝나고 씻을 때 얘기해줬다”면서 웃었다.
주장 김도혁은 최근 벤치에서 교체투입되는 일이 잦다. 교체가능 선수를 늘리려면 22세 룰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반 같은 포지션인 박창환을 투입하다보니 불가피해진 일이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22세 이하 룰을 적용하느라 박창환이 들어가다보니 포지션이 중복된다. 무고사의 교체 타이밍도 잡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혁은 “교체 되어서 들어가다보니 우리가 항상 경기를 주도 못하고 밀리는 상황에서는 교체로 들어가서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분위기 바꾸기가 쉽지 않더라. (교체로 자주 투입되는) 송시우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도 경기장에 다 와서 응원해주고 있다. 다들 잘해서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 감독이 교체 투입되는 선수들을 향해 세심한 배려를 해줬다는 미담도 꺼냈다. 김도혁은 “(교체 투입되는 것 관련해) 저는 괜찮은데 감독님이 저랑 시우랑 범경이(최범경)이랑 불러서 염소고기를 사주셨다. 저는 아무렇지 않은데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도혁은 인천이 매년 부진하던 초반에 비해 올시즌은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데 대해 “냉정하게 실력은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하다”며 “실력 차이는 큰지 않은데 달라진 게 있다면 감독님 지도하에서가 아닌, 선수들끼리 미팅 많이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큰틀에서 선생님(코치)들이 전술을 정해주면 세세하게 어떻게 할지를 미팅을 해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재석이 형(오재석)도 미팅을 자주 주도한다”면서 “제가 동생이지만 고참 형들이 흔쾌히 잘 받아주고 해서 서로 소통이 잘 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올해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병수 강원 감독은 교통사고를 당한 고무열과 임채민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그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가 당한 게) 생각보다 큰 사고였다. (회복 뒤에도) 후유증이 언제 또 나올지 몰라서 사실 걱정이 좀 많이 된다”고 말했다. 강원 구단에 따르면 현재 고무열은 부산에서, 임채민은 강릉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인천=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