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버리라는 말 제발 그만” ‘머니게임’ 자극적 웹예능에 도넘는 반응들

입력 2021-05-02 21:00
유튜브 채널 '진용진'에 공개된 웹예능 '머니게임'에 출연한 래퍼 육지담. 유튜브 캡처

“총상금 4억8000만원, 적용물가 100배, 14일간의 고립, 당신은 얼마를 벌어갈 수 있습니까”

유튜브 채널 ‘진용진’에서 지난 24일 처음 공개된 웹 예능 ‘머니게임’은 극한의 상황으로 인간을 몰아넣는 관찰 예능이다. 배진수 작가가 만든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8명의 참가자가 14일 동안 물 한병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함께 돈을 아낄수록 더 많은 상금을 가져가게 된다. 가령 1000원짜리 물 한 병은 100배의 물가가 적용돼 10만원으로 거래되며,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녹화된다.

영상이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공개된 4편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2일 기준 1161만회에 달한다. 지난 1일에 공개된 ‘실제 상황, 폭력 사태 발생’ 에피소드 4편은 조회수 244만회로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진용진'에 공개된 웹예능 '머니게임'에선 관찰 예능을 표방하고 출연자들의 14일간의 생존기를 CCTV 형식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유튜브 캡처

‘머니게임’의 설정은 인간의 욕망을 들추어내기 위한 거대한 세트장 같다. 공동소비로 지출을 최소화하면 쉽게 돈을 벌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개인의 구매목록은 공개되지 않으며 게임 안에서의 절도와 거짓말은 허용된다. ‘나만 아끼면 된다’는 마음이 다른 참가자의 사치로 언제든 깨져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둔 것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원작 웹툰에선 민주주의 원칙으로 시작한 참가자들의 의사결정 구조가 서로의 불신으로 독재체제를 넘어 무정부주의로까지 회귀한다고 이야기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폭력은 일상처럼 벌어지고, 상금 중 남은 돈은 오히려 마이너스 즉 빚으로 남게 되면서 게임을 한 원래의 목적까지 잃어버리는 모습까지 제시한다.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상상하고 부각한 극단적 묘사다.

이를 소재로 활용한 현실판 ‘머니게임’에선 자극적인 소재가 자연스레 부각된다. 일례로 두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되기 전 ‘[머니게임] 방송사고 ※실제상황※ #shorts’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 간의 폭력을 CCTV 형식의 1분 길이의 짧은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 영상은 조회수 258만회의 관심을 끌었다. 웹예능판에서는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본 프로그램은 응급 상황 및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촬영됐다”는 말을 영상 서두에 제시해뒀지만, ‘통제된 폭력’을 하나의 재미로 소비하는 ‘가학성’이 내포돼 있다.

유튜브 채널 '진용진'에 공개된 웹예능 '머니게임' 로고. 유튜브 캡처

‘머니게임’을 소비하는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자극적인 반응들을 자연스레 내놓는다. 2번 참가자로 게임에 참여한 래퍼 육지담이 과소비를 하는 모습이 담긴 첫 번째 에피소드 영상 댓글에는 “내 인생에서 육지담 같은 사람은 안 만나고 싶다” “원래 욕을 많이 먹고 안티가 많은 이유를 이제 알겠다”는 등의 인신공격성 반응이 담겼다.

육지담은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방영 중에 이런 변명 같은 글 정말 안 올리려고 다짐했는데, 며칠 제 자신이 너무 무너지고 위태롭다는 걸 깨달았고 머니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더 피해를 줄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저한테 DM(다이렉트 메시지 :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전용 메신저)으로 ‘죽어버리라’는 말은 제발 그만해달라”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앞서 이런 시청자들의 날 선 반응을 예상한 듯 첫 에피소드 영상 댓글에 “출연자에 대한 심한 비방성 댓글은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으며, 원색적인 비난 댓글 및 인신공격성 댓글은 출연자 보호를 위해 삭제될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지만, 출연자들이 시청자들의 원색적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모양새다.

유튜브 채널 '진용진'에 공개된 웹예능 '머니게임' 사전 경고. 유튜브 캡처.

지상파 방송에서 통제되던 음주와 흡연 등의 자극적인 장면은 ‘머니게임’에서 여과 없이 보여진다. 유튜브가 직접 관여하는 ‘유료 콘텐츠’를 빼놓고는 미성년자를 위한 등급 규정도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창작자가 자체적으로 성인용 영상으로 제한을 걸 수 있지만, 유튜브 측은 “이 연령 제한은 크리에이터가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으로 유튜브의 검토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자발적으로 ‘19금’을 걸어야 한다는 뜻인데, 창작자들이 콘텐츠의 자극성 때문에 조회수가 줄어드는 ‘선의의 선택’을 기대하긴 어렵다. 인터넷 방송은 정보통신 심의규정이 있지만, 유튜브의 경우 해외 사업자이기 때문에 방송에 대한 규제가 어려운 사각지대인 셈이다.

지난해 7월 공개된 MBC 예능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한 유튜브 웹예능 ‘가짜사나이 2기’에서도 자극적 콘텐츠의 여과 없는 방송이 문제로 지적됐다. 유튜버들이 훈련으로 팀워크를 꾸려나가는 휴먼드라마였던 1기와 달리 2기에서는 정신적·육체적 성장은 온데간데없이 자극적 장면만 나열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UDT는 아무나 못 한다는 게 프로그램 주제인가” “떨어뜨리려 작정한 것 같다” “욕하고 소리만 지르는데 무엇을 배우나” 등의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자 영상을 만들었던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측이 해당 방송의 연재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