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선전’ 김태흠, ‘강한 원내대표론’ 표심 움직였다

입력 2021-05-02 18:20 수정 2021-05-02 18:27
김태흠 의원이 지난 4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의원이 내세운 ‘강한 원내대표론’이 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여 이변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또 숨은 충청표가 결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2일 김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 선전에 대해 “의외였다”라고 평했다. 김 의원은 지난 30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30표를 얻어 김기현(34표) 의원에 이어 2위를 차지, 결선에 진출했다. 김태흠 의원이 권성동(20표), 유의동(17표) 의원을 비교적 큰 표차로 따돌린 결과가 나오자 의원들도 놀라 하는 분위기였다.

김 의원이 결선에 진출한 데는 ‘강한 원내대표론’과 특유의 진정성이 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거대 여당의 일방독주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의원들이 ‘전투력’ 있는 원내대표를 선호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선거운동 과정 내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강단 있게 맞설 수 있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그는 경선 당일 정견발표에서 “윤 원내대표와 협상할 때 나머지 세 분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가 분간이 안 될 것”이라고 말하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도 “강단 있게 싸울 수 있는 ‘파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왼쪽 두 번째)이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경선 후보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흠, 김기현, 유의동, 권성동 의원. 연합뉴스

또 김 의원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철저한 ‘맨투맨’ 전략으로 지지를 호소한 점도 통했다는 평가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운동 기간 일대일로 김 의원을 만난 의원들은 표를 주는 것과는 별개로 진정성을 느꼈다는 호평을 쏟아냈다”며 “당을 위한 마음은 진심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숨은 충청표가 김 의원에게 결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남인 김기현 의원이 유리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충청 지역구인 의원은 물론, 충청에 연고가 조금이라도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충청지역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김 의원 표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기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적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며 “충청권 출신이 새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김태흠(왼쪽부터), 김기현, 권성동, 유의동 후보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김 의원은 결선투표에서는 34표 확보에 그쳐, 66표를 얻은 김기현 의원에게 패했다. 김 의원은 1차 투표보다 4표만 추가됐다. 친이(친이명박)계, 친유(친유승민)계로 각각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 유의동 의원에게 갔던 표가 ‘친박’ 이미지가 강한 김 의원보다는 계파색이 엷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중앙정치 무대와 떨어져 있던 김기현 의원에게 쏠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번에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신임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를 도와서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