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심상치 않다. 물량 부족으로 화이자 백신이 1차 접종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물량도 재고에 여유가 없다. 정부는 구체적인 수급 계획을 내놓지 않은 채 전체 접종 계획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2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까지 AZ 백신을 맞은 1차 접종자는 182만9239명이다. 현재까지 국내에 도입된 AZ 백신 물량은 200만6000회분으로 대부분 1차 접종에 쓰였다. 남은 물량은 17만6000~17만7000회분 정도다. 백신 1병당 1~2명씩 더 접종할 수 있는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를 사용하더라도 20만회분 남짓이다.
하루 10만~20만명(20만~40만회분)이 1차 접종을 하는 현 추세에서 추가 공급이 없다면 1~2일 후에 백신이 소진될 정도의 물량밖에 남지 않았다. 화이자에 이어 AZ 백신도 1차 접종을 일시 중단하는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일시적 수급 불균형을 이유로 약 3주간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자제 또는 최소화하도록 지시했다.
2차 접종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방역당국은 오는 14일부터 AZ 백신의 2차 접종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AZ 백신 첫 접종일인 지난 2월 26일 이 백신을 맞은 이들이 최대 접종 주기(12주)에 접종한다 해도 이달 21일까지는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백신 재고 부족은 정부가 ‘4월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2차 접종분을 당겨 쓴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2차 접종분을 당겨쓰더라도 최대한 많은 인원이 1차 접종을 받게 했다. 2차 접종은 추가 도입 물량으로 맞히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백신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엇박자가 났다. AZ 백신은 2분기에 제약사와 개별 계약한 물량(700만회분), 국제 백신공동구매기구 코백스 퍼실리티 물량(166만8000회분)이 더 들어올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체 접종 일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화이자 백신이 부족하다는 비판에는 ‘부정확한 표현’이라며 반박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가능한 많은 고령층을 1차 접종하고 후속물량을 통해 2차 접종하는 방향으로 접종 대응이 짜여 있다”며 “이에 따라 시기별로 1차 접종이 집중될 때와 2차 접종이 많아질 때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3일 5~6월 백신 공급과 접종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2차 접종분을 당겨써도 전체 일정에는 지장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 15만~20만명씩 접종하려면 물량 배분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했다”며 “1200만명이 2차까지 ‘완전 접종’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접종률 목표에 치중할 게 아니라 최소 6개월 앞으로 내다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