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번 주 초 4명으로 압축된 차기 검찰총장 후보 중 한 명을 골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할 전망이다. 김오수(58·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차관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전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다는 점에서 부담도 적잖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르면 3일 문 대통령에게 차기 검찰총장 최종 후보를 제청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4일 만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최종 후보자로 제청했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는 후보자 추천 다음 날 바로 제청이 이뤄졌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숙고가 길어지면 최종 후보군 중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 역시 누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할 것인지 고심 중이다. 앞서 박 장관은 “대통령께서 인사권을 잘 행사하실 수 있도록 심사숙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김 전 차관, 구본선(53·23기) 광주고검장, 배성범(59·23기) 법무연수원장, 조남관(56·24기) 대검 차장검사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했다.
법조계에선 네 명 중 김 전 차관을 유력 후보로 꼽는다.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보좌하면서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검찰개혁에 보조를 맞춰왔다. 다만 연수원 기수가 높은 점은 걸림돌이다. 김 전 차관은 윤 전 총장보다 세 기수 위인 만큼 후임이 전임보다 기수가 높은 기수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역대 검찰총장 중 기수 역전 사례는 없다. 이에 따라 김 전 차관이 차기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다섯 기수를 건너뛴 윤 전 총장에 이어 재차 파격 인사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구본선 광주고검장이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장관이 ‘검찰의 탈정치화’를 대통령의 신념이라고 강조해왔던 만큼 중립적 인물을 세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검찰 내부에선 조남관 대검 차장에 대한 신망이 두터운 편이다. 윤 전 총장 징계 사태 때 추 전 장관을 향해 “한발 물러나 달라”고 했고, 박 장관 때에는 검찰 인사를 앞두고 “‘핀셋 인사’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지휘했다는 점에서 현 정권 입장에선 껄끄러울 것이란 해석이 많다.
최종 후보자 임명 후 인사청문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검찰에서 진행 중인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의혹,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같은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후보자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선 정치권의 외풍으로부터 검찰의 방패막이 역할을 잘할 인물이 차기 총장으로 오길 바란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