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처가 세계 최초로 엑스레이(X-ray)를 통과하는 물체의 원자 색깔을 판별해 위험물을 인지하는 검색 기법을 개발했다. 물로 위장한 황산이나 주스로 위장한 염산 등 형태를 바꾼 위험물을 사전에 차단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경호처는 이미 특허 출원과 등록을 마쳤으며, 5월 중에 국제 특허도 신청할 방침이다.
2일 청와대에 따르면 경호처는 최근 ‘4색 엑스레이 장비를 이용한 원자의 판별방법’이라는 제목의 특허를 따냈다. 물체를 엑스레이 검색 장비에 통과시켰을 때 이 물체에 포함된 원자를 주황색, 녹색, 청색, 검은색 등 4가지 색깔로 구별해 위장된 위험물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기법이다.
통상 대통령 행사 참석자는 두 가지 검색 과정을 거친다. 참석자 본인은 금속탐지기(MD) 검색을 받고, 소지품은 엑스레이에 통과시킨다. 이때 각 물체가 가진 원자 성분에 따라 엑스레이 윗부분 모니터에 주황색, 녹색, 청색, 검은색으로 색깔이 표시된다. 물체가 수소(H)를 포함하고 있으면 주황색, 염소(Cl)로 이뤄진 물질이면 녹색으로 나오는 식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원자의 색깔이 아닌 칼과 총알 등의 흉기가 소지품에 포함됐는지 확인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물체의 성분이 아니라 형태에 집중한 검색 방법이다.
경호처는 2019년 9월부터 설탕으로 위장한 화약 등 겉모습만 봐서는 위험물인지 판별하기 어려운 물체를 찾아낼 방법을 고안하다 엑스레이를 활용한 원자 색깔 구분법에 주목했다. 이후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과 공동실험을 통해 일반적으로 사람에 무해한 물질은 주황색, 화학작용제는 초록색, 폭발물은 청색, 방사성 물질은 검은색의 원자 색을 띤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호처는 현재 대통령 참석 행사에 이 기술을 접목시켜 경호를 하고 있다. 엑스레이 통과시 주황색으로 뜨는 물체는 행사장 반입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3개의 원자색을 나타내는 물체는 잠재적 위험물로 분류해 추가적인 확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경호처는 지난해 6월 관련 특허를 출원했고, 심사를 거쳐 지난 3월 정식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경호처는 창설 이후 58년간 전문업체와 공동으로 3건의 특허를 따냈지만, 단독으로 특허를 낸 것은 처음이다. 경호처 관계자는 “특허를 준비하면서 각국의 경호 사례를 조사했지만, 원자 색깔을 활용해 경호하는 국가는 없었다”며 “이번 달 국제 특허를 출원해 전 세계 경호기관과 기술을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호처 산하 경호안전교육원은 4일 화학물질안전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관련 기술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민규 경호안전교육원장은 “대통령 행사장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토대가 되는 검색의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며 “특허기술을 국내 공항, 항만 등의 분야에 확대 적용하면 경호처가 국가안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