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를 살해한 뒤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27)는 2일 오후 1시45분쯤 인천지법에 들어섰다. 경찰 승합차에서 내린 그는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썼고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 대부분을 가렸다. 짧은 거리를 걷는 내내 고개 숙여 시선을 떨군 채 이동했다.
“누나와 평소 사이가 안 좋았냐” “누나의 장례식에는 왜 갔느냐” “자수할 생각은 없었냐”는 취재진 질문에 A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또 “숨진 누나와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물음에도 침묵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9일 체포 직후 압송 과정에서도 범행 이유를 묻는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었다. A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쯤 새벽 시간대에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자택에서 친누나인 30대 여성 B씨를 집에 있던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해당 아파트 옥상에 10일간 B씨의 시신을 방치했다가 지난해 12월 말쯤 여행 가방에 담았고 그대로 렌터카로 운반해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B씨의 시신은 4개월여 만인 지난달 21일 오후 2시13분쯤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여행 가방이 농수로 물속에 가라앉아 있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가방 입구가 제대로 닫히지 않은 탓에 결국 B씨의 시신이 물 위로 떠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은 발견 당시 부풀어 있었지만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후 누나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부모를 속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14일에는 이미 접수된 가출 신고를 취소토록 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B씨의 시신이 물 위로 떠 오르는 것을 우려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강화도 관련 사건 기사 등을 자주 검색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면서도 그는 누나의 발인이 있었던 지난달 25일 시신 운구 과정에서 영정사진을 직접 들었다.
검거 당시 A씨는 경북 안동의 부모 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는 “누나와 성격이 안 맞았고 평소 생활 태도와 관련해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며 “(범행 당일도) 늦게 들어왔다고 누나가 잔소리를 했고 말다툼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현재까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이었음을 강조하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