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육군 부대에서 군 간부가 운동경기를 하던 중 병사를 폭행해 6주 진단의 골절상을 입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건을 무마하려고 신고를 막으려 했다는 등 의혹이 커지자 온라인상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사단장이 나서 공식 사과했다.
2일 육군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따르면 지난 1월 5일 육군 22사단 소속 A병사는 전투체육 시간에 다른 중대와 풋살 경기를 하다 간부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병사는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글을 올리고 “다른 중대 간부가 저에게 공을 뺏길 때마다 다가와서 멱살을 잡고 위협 및 폭언을 했다. 결국 공도 없이 서 있던 저에게 달려와 오른쪽 무릎을 가격해 슬개골 골절로 6주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이 간부는 폭행 이후에도 “누가 후회하나 보자”며 폭언을 계속했다고 한다. A병사는 “계속 죄송하다고 했지만 간부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사건 당시 주변에 간부들이 다수 있었지만 그 누구도 저를 보호해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오히려 풋살장을 벗어나는 저에게 뭘 잘했냐고 어딜 가냐며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이후 가해 간부는 의무대에서 조치를 받고 있는 A병사를 찾아와 “둘이 남자답게 해결하자. 행정반에 있을 테니 이야기하고 싶으면 오라”며 신고를 막으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대 행정보급관 등도 “부모님께 알리지 마라”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중대장은 A병사의 아버지가 항의 전화를 하자 “폭행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병사는 부대 내에서 조치를 받지 못하고 간호장교와 군의관 도움으로 군사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대에서 보호 조치를 거부했으며, 부모님 전화번호가 가해 간부에게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A병사는 “저를 때린 간부도, (번호를) 유출한 간부도, 신고를 막은 간부도, 군사경찰 조사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한 간부들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저는 현재 트라우마 관련해 상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최근 정신과 약물까지 먹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정말 열심히 (군 생활을) 했고, 육군훈련소 표창도 받았고, 2호봉 특진으로 진급도 일찍 했다”며 “제가 무엇을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제 억울함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부실 식단 등에 이어 다시 군 부조리 폭로가 터지자 온라인에선 “2021년 대한민국 군대는 일제 시절 강제징용 일본군보다 못하다”는 등의 분노로 들끓었다.
한 누리꾼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의 인권 보호가 인권 유린 수준인데 우리가 북한을 인권유린국이라 비판할 자격도 없다. 전시 중 적국 포로 대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내부적으로는 피해 병사에게 2차 가해 및 징계가 내려지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부대 사단장은 직접 나서 사과했다.
B 사단장은 “사단장으로서 이번 일로 상처받은 용사와 부모님께 심심한 위로와 함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한 용사가 운동 중 간부에 의해 슬개골 골절이라는 큰 상처를 입었고, 처리 과정에서 간부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이어 “군 수사기관에서 해당 간부에 대해 엄중히 조사한 뒤 사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지휘 조치를 소홀히 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한 관계자는 감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규정에 따라 적절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병사의 조속한 쾌유를 빌며, 그의 의사를 존중해 필요한 후속 조치를 다 하겠다”며 “다시 한번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