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서울서 지방 안보이나…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입력 2021-05-02 10:57 수정 2021-05-02 12:35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공개한 사회공헌 계획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사진은 기증 작품의 일부. 윗줄 왼쪽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가운뎃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내 작품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아랫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외 작품인 호안 미로의 '구성',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연합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건희 컬렉션’을 계기로 거론되는 이건희 미술관이 부산에 유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부산에 이건희 미술관을 적극 유치하고 싶다”며 “부산에 이건희 미술관을 짓는다면 유족의 의견을 중시하여 장소성, 건축, 전시 등에서 빼어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술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건희 회장이 큰 문화적 가치를 갖는 미술품들을 사회에 남겼다.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고 대한민국 문화의 격을 높인 고인과 유족의 안목과 숭고한 뜻에 박수를 보낸다”며 “(미술품을 전시할 미술관에 대한) 논의가 유족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마치 서울에 짓는 것처럼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 있으면 지방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며 “안 그래도 서울 공화국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고, 수도권에는 삼성의 리움 미술관도 있고 경기도의 호암 미술관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페이스북 캡처

박 시장은 “대한민국의 문화 발전을 위한 고인의 유지를 살리려면 수도권이 아닌 남부권에 짓는 것이 온당하다. 그분의 고향도 이곳”이라며 “특히 부산은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돼 있고, 안 그래도 북항 등 새로운 문화 메카 지역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중심적 사고에서 제발 탈피해주길 바란다. 문화도 균형발전이 절실히 요구되고, 문화 명소를 대한민국 곳곳에 만드는 것이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며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된 부산에 꼭 필요한 문화인프라가 뛰어난 미술관”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수도권에 있으면 여러 미술관 중 하나가 되지만 부산에 오면 누구든 꼭 가봐야 하는 명소가 된다”며 “그것이 문화국가를 만들고자 했던 고인의 유지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부산에 이건희 미술관이 오는 것이 여러모로 타당하며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며 글을 맺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소장 문화재·미술품 기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은 소장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하며 ‘이건희 미술관’이 만들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특별관을 만드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술계에서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정부서울청사 등을 입지로 언급하고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