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을 앞두고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영화·뮤지컬·소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5·18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창단됐고 5월 정신을 담은 디지털 글씨체도 만들어진다.
2일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5·18을 민주·인권·평화 운동의 시각에서 다룬 다수의 영상·문학 작품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와 다큐멘터리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뮤지컬 ‘광주’ 등이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5·18 가해자들에게 복수한다는 줄거리의 영화로 오는 13일 개봉할 예정이다. 국민배우 안성기가 주연을 맡았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비슷한 시기에 국가폭력이라는 같은 아픔을 겪은 1980년 광주와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1976~1983)의 투쟁역사를 예술적 화면에 담았다.
영화 제목은 빛고을 광주와 좋은 공기라는 의미를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도시 명칭에서 따왔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는 ’#미얀마와 함께’라는 자막이 등장해 의미를 더한다.
그동안 국내 영화계는 1996년 금기를 깨고 첫 개봉한 ‘꽃잎’을 시작으로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26년’ ‘택시운전사’ ‘김군’ 등 5·18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한 바 있다.
뮤지컬계도 못지 않다.
지난해 초연한 뮤지컬 광주는 5·18 41주기를 앞두고 오는 15일과 16일 빛고을시민회관에서 다시 공연된다. 민주화를 위해 치열한 항쟁을 벌인 시민들의 열망을 완성도를 높인 노래와 율동으로 풀어낸다.
앞서 지난달에는 생생하고 감동적인 서울 공연을 통해 매회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13인조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뮤지컬 광주는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브로 1980년 5월 27일 목숨을 걸고 당시 전남도청에서 최후 항쟁을 벌인 시민·학생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뤘다.
언론인 출신 송금호씨는 국내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5·18의 실체를 다룬 장편 소설 ‘1980년 5월 18일’을 발간했다.
‘신군부 편’과 ‘민주시민 편’ 두 권으로 구성한 이 소설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정점으로 12·12 쿠데타를 벌인 군부세력의 집권공작 배경과 과정, 5·18의 정신적 지주 고 홍남순 변호사 등의 삶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자로 잰 듯한 글씨체로 5·18 당시 민중신문 ‘투사회보’ 글자를 ‘철필’로 또박또박 눌러쓴 박용준 열사 글씨체를 디지털 글꼴로 부활시키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들불야학 기념사업회’ 등 광주 시민단체들이 41주년을 맞아 투사회보를 찍던 등사기 원지에 특유의 필체를 새겨 넣던 박 열사의 글씨체를 5·18정신의 상징물로 영원히 기억하고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음악을 통해 광주지역 청소년들에게 5·18 정신을 일깨워줄 5·18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지난 1일 5·18 자유공원에서 창단식을 했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 50여 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오는 8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연주 수업과 연습을 한 뒤 연말에 ‘치유와 화합’을 위한 창단 연주회를 처음 개최한다.
5·18 41주년 기념행사위는 오는 4일 '오월여성포럼'을 시작으로 '오월기념포럼'과 5.18민주화운동 기념 전시회 ‘법 앞에서’ 등 20여 개 행사를 광주 도심 곳곳에서 펼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대행사인 전야제는 코로나19를 감안해 99명 이하의 소수만 참여한 가운데 5·18민주광장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제한해 진행한다.
해마다 많은 인파가 참여하던 민주평화 대행진과 난장 행사도 열지 않기로 했다. 전야제는 지난해의 경우 취소했지만 올해는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무자비한 인권탄압이 자행되는 미얀마 사태를 지켜보면서 5·18 41주기를 맞는 심경이 남다르다”며 “코로나19 비대면 시대에도 영화 뮤지컬 등 문화적 콘텐츠로 5·18을 기억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뚜렷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