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또?…“천식 훈련병에 감기약 주고 먼지 방에 격리”

입력 2021-05-02 00:01 수정 2021-05-02 11:10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부식 급식’을 제공하고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훈련병들의 샤워와 화장실 이용을 제한한다는 등 육군 내 인권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천식을 앓는 훈련병에게 감기약을 처방하고 먼지 쌓인 방에 격리했다는 제보가 등장해 논란이다.

1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육군훈련소 30연대에 입대한 훈련병이라고 밝힌 제보자 A씨가 작성한 글이 게재됐다. 어릴 때부터 천식을 앓았던 A씨는 지난 3월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이후 증상이 심해져 소대장에게 보고했는데, 조치는 유선 상담을 통해 일반 감기약을 처방 받은 것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약을 처방받은 후에도 천식 증상이 점점 악화돼 귀가 요청을 했지만 부대로부터 ‘천식으로는 귀가가 안 된다’는 답을 받았다. 또 호흡기 질환이라 격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격리됐는데, 매우 비위생적인 공간이었다. A씨는 “격리된 곳의 침대 위에는 먼지가 새하얗게 덮여 있었다. 심지어 거미, 돈벌레, 개미 등의 벌레가 나오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격리 당한 당일(금요일) 귀가 신청을 했고 월요일에 나갈 수 있다고 해 이 악물고 버텼다”면서 “천식이 점점 더 심해져 3일간 거의 밤을 샜다”고 토로했다. 이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소대장, 분대장에게 면담 신청을 했지만 ‘천식으로 나간 애는 못봤다’ ‘마인드를 바꾸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등의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A씨는 끝으로 “군대에서 없던 병도 생긴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며 “군대에서 혼자 격리 당하면서 숨도 못 쉬고 버티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로 지금도 혼자 방에서 잘 때 불안하고 잠에 잘 들지 못하고 있다. 격리로 인해 피해 받고 있는 분들은 저처럼 되지 않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육군훈련소 측은 “해당 장병(A씨)이 의무대 진료 과정 중 천식에 대한 언급 없이 감기 증상만 호소해 이에 대한 처방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기 증상으로 인접 연대 격리 시설로 배정되었으며, 배정된 시설은 청소 등 기본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귀가는 7일 내 처리가 원칙이나 코로나 예방적 격리 등으로 다소 지연되었다”고 했다.

이어 “군병원의 귀가 판정 당시 군의관 등에 의해 재신검 절차가 설명됐지만 장병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오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좀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훈련병의 입장에서 충분히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육군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 장병의 ‘부실 급식’ 폭로를 시작으로 육군 관련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이후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에게 열악한 시설을 제공하고, 샤워 및 용변 시간까지 제한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는 ‘과잉 방역’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최근 일부 부대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과정 중에 발생한 격리장병 급식 부실, 열악한 시설제공, 입영장정 기본권 보장 미흡 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