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국가대표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방역망을 형성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빈틈은 있다.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만 18세 미만 선수들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일본 도쿄행을 준비한다. 그중에는 스포츠클라이밍의 서채현, 탁구의 신유빈, 수영의 황선우 같은 메달 유망주도 있다. 이들에 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질병관리청의 협조를 얻어 지난 29일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전원에게 화이자 백신을 보급하고 있다. 접종 대상자는 모두 598명. 그중 250여명이 지난 30일까지 백신을 맞았다. 나머지 인원은 3일부터 이틀간 백신을 접종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1일 “백신 접종자의 후유증·부작용 사례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은 3주로 권고돼 있다. 국가대표들은 이달 중 2차 접종까지 끝내면 코로나19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만 18세 미만 선수들의 상황은 다르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 3월 화이자 백신 접종 연령을 만 16세 이상으로 확대했지만,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만 18세 미만은 아직 백신 보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만 18세 미만 선수들은 국가대표 백신 접종자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중 만 16~17세 선수들은 화이자 백신 접종이 허용된 연령에 있지만 정작 보급 대상에서 제외된 ‘사각지대’에 놓였다. 2003년 5월 21일생인 황선우, 같은 해 11월 1일 출생자인 서채현은 현재 만 17세다. 신유빈은 2004년 7월 5일생으로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에 만 17세가 된다.
황선우는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생일을 맞이하면 만 18세 이상으로 넘어간다. 반면 서채현·신유빈처럼 오는 7월 23일로 예정된 올림픽 개막 전까지 만 18세를 넘길 수 없는 선수들은 정부의 현행 정책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고 도쿄로 떠나게 된다. 정부는 백신 접종 대상 연령을 만 16~17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의는 아직 미결로 남아 있다.
서채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만 18세 미만 선수에 대한 백신 접종 여부가 방역·체육 당국 사이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 참가자의 백신 접종을 강제하지 않고 권고사항으로 두고 있다. 일본 입국을 96시간(4일) 앞두고 2차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만 입증하면 된다. 하지만 이 절차가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206개 IOC 회원국 선수단과 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 33개 올림픽 종목 단체 실무진이 도쿄와 주변 분산 개최지로 모이는 올림픽은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이행해도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이 큰 대회다.
더욱이 최근 일본에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00명을 훌쩍 넘길 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만 18세 미만 선수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내 체육계 관계자는 “국가대표들이 백신을 먼저 접종하도록 배려해 준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도쿄올림픽에서 만 18세 미만 선수들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할 논의도 빠르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