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마스크’ 삼켰다가 무지개다리 건넜습니다”

입력 2021-05-01 12:12
마스크를 삼키고 숨을 거둔 강아지 오스카(왼쪽), 마스크를 제대로 버려달라고 호소하는 포스터(오른쪽).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마스크는 일부 동물에게 흉기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는 생후 16개월 된 코카스파니엘이 산책 중 버려진 마스크를 삼켰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잉글랜드 체셔주에 사는 견주 엠마 폴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반려견 오스카와 거리를 산책했다. 오스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기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오후부터 오스카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급격히 줄었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였다. 엠마는 오스카가 전날 오랜 시간 산책해 단순히 지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수척해지는 오스카의 모습에 심각성을 느껴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오스카는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오스카의 배 속에는 일회용 마스크가 들어있었다. 마스크는 패혈증을 일으켜 오스카의 위를 손상시킨 상태였다. 의사는 마스크 철심이 오스카의 장기를 관통한 상태여서 수술로도 손을 쓸 수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오스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엠마의 품을 떠났다. 엠마는 갑작스러운 반려견의 죽음에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는 지역 매체를 통해 “사람이 버린 마스크로 인해 반려견이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면서 “자신이 무심코 한 행동이 어떤 비참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최소한 두 번은 생각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어디에나 쓰레기통이 있고, 집에 가져가서 버릴 수도 있다”며 “마스크를 길거리에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엠마는 동네 곳곳에도 마스크를 제대로 버리자고 호소하는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다.

마스크 두 개를 삼킨 강아지의 엑스레이 사진. 빨간 동그라미 안에 보이는 선은 마스크의 금속 와이어다. 터프츠대 홈페이지 캡처

한편 강아지가 마스크를 먹이 등으로 착각해 삼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터프츠대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선 지금까지 마스크를 삼킨 개 10여 마리가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마스크는 내구성이 뛰어나 잘 녹지 않고, 철심이 있으므로 동물들의 장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의 최고 책임자 크리스 셔우드는 “하루에 마스크가 수 천 개씩 버려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