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 있다면 잡혔으면 좋겠다”
“사망원인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해 부검을 요청했다”
“아들 얼굴이 생각보다 깨끗하고 표정도 힘들어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씨의 아버지가 지난달 30일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손씨의 부친은 이날 “사망원인을 명명백백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에 대한 부검을 요청했다”면서 “아들 머리 뒷부분에 굵고 깊은 상처가 2개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금 전 검안을 마쳤는데 머리 뒷부분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길이로 상처가 2개 나 있었다”고 한 부친은 “날카로운 것으로 베인 것처럼 굵고 깊었다”고 설명했다.
“아들의 상처가 언제 생긴 것인지, 왜 생긴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한 부친은 “그 시간대에 있었던 사람들을 꼭 찾아서 밝혀달라고 했다”고 했다. 손씨는 이어 “실족해서 물에 빠진 후 오래 돌아다니다 상처가 난 게 확실히 밝혀지면 저희는 당연히 납득할 것”이라며 “아직 할 게 남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사망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아들을 보낼 수 없다”고 한 손씨는 “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범인이 있다면 잡혔으면 좋겠다”고 한 손씨는 “만약 정민이가 잘못한 거라면 아이의 죽음을 계기로 사람들이 그곳에서 술을 덜 마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손씨는 “아들의 얼굴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표정도 힘들어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ㅇ낳게 한강 인근에 CCTV든 위치추적 시스템이든 미흡한 점들이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쯤 반포한강공원 인근에서 실종된 손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수색 중이던 구조견이 다시 실종 장소인 반포 수상택시 승강장으로부터 20m쯤 떨어진 곳에서 떠내려오는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손씨는 실종 당시 입었던 옷차림이었다. 경찰은 오후 4시쯤 시신을 인양해 오후 5시반쯤 시신에서 찾은 주민등록증을 통해 손씨의 신원을 파악했다. 시신 신원 확인에는 손씨의 가족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 뒤 잠들었다.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는 오전 4시30분쯤 잠에서 깨 혼자 귀가했고 이후 손씨가 실종됐다. 친구는 당시 실수로 손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귀가했다.
수사당국은 손씨에게 친구의 휴대전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해당 휴대전화는 실종 당일 오전 6시30분쯤 기지국과 연결이 끊긴 뒤 꺼졌다. 친구는 자신이 깨어났을 때 주변에 손씨가 있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의 부친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아들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많은 네티즌의 이목을 끌었다.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손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