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만에 나온 바이든 대북정책 살펴보니…

입력 2021-05-01 07:32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실용적 접근을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한다는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내놨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100일 만에 공개된 검토결과다.

정상 간 담판을 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빅딜’도, 압박을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겠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도 아닌 중간 지대를 찾은 셈인데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어낼 구체적 방법론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정부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접근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중간형태의 접근법이라고 평가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각으로 30일 브리핑에서 대북정책 검토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검토가 완료됐다고 확인했다. 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유지된다면서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북정책이 미국과 동맹, 주둔 병력의 안보 증진에 실용적 진전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그러나 큰 틀의 기조만 소개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사키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 계속 협의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부 전문가 및 전직 당국자들과도 긴밀한 협의가 이뤄졌다면서 지난 4개 행정부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달성되지 못했다는 분명한 인식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공식 밝힌 것은 출범 100일 만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 과거 행정부의 대북접근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북한의 핵 개발만 진전시켰다는 문제 인식에 따라 대북정책을 가다듬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트럼프식으로 대표되는 일괄타결과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에 둘 다 선을 그으며 실용적 접근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무협상에 크게 기대지 않은 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 간 담판을 통한 빅딜에 무게를 둬왔다. 전략적 인내는 대북압박을 통해 북한의 태세전환을 끌어내겠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북접근을 지칭하는 비공식 용어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중간지대에서 압박을 유지하며 외교적 해법을 찾겠다는 것인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구체적 방법론이 주목된다. 제재 등 적대적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과 접점을 도출해낼 방안이 관건인 셈이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우리의 접근은 싱가포르 합의와 과거 다른 합의들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고 WP는 전했다. 다른 당국자는 WP에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와 함께 특정 조치에 대한 완화 제시에 준비돼 있는 신중하고 조절된 외교적 접근”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살려둔 채 일정한 상응조치에 준비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WP “트럼프와 오바마의 중간형태”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 정책에 대해 중간형태의 접근법을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WP는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와 오바마의 실패에 뒤이어 북한 위기에 대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또 이 계획을 잘 아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기 위한 시도로 새로운 경로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일괄타결, 리더 대 리더 외교’와 오바마의 거리를 둔 접근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WP는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적 합의를 추구하기로 한 결정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지난주 대통령에게 보고한 몇 달간의 검토에 이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고안한 전략에 대한 거부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턴은 북한 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대가로 모든 제재를 제거하는 협상인 ‘고 빅’(go big) 또는 ‘고 홈’(go home) 합의 고수를 주장했다고 WP는 전했다.

이 접근법은 북한이 전체 핵 프로그램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으면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미측이 밝힌 뒤 무산된 북미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의해 단호히 거부됐다고 WP는 부연했다.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일괄타결이나 ‘전부 아니면 전무’ 접근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조정되고 실용적인 대북 외교 접근법”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 및 파트너들, 의원들과 검토 결과를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관리들은 말했다.

다만 WP는 “미국이 제시할 제안의 구체적 내용은 불분명하며 관리들은 단계적 합의와 같은 이전 미 행정부가 사용한 익숙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리는 “우리는 그런 종류의 라벨을 우리 접근법에 붙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WP는 미 관리들은 새 전략이 북한 정권의 단기적 계산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고위 관리는 “우리가 고려하는 것이 북한의 도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진행되는 동안 제재 압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면 과제 중 하나는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 때까지 부분적 비핵화와 부분적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단계적 접근법의 이면에 추진력을 만들 수 있는지라고 WP는 짚었다. 한 관리는 이런 노력은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갖고 특정 단계에 대한 완화 조치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된 신중하고 절제된 외교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행동을 바꾸고 핵 도발을 중단할 때까지 진지한 외교적 관여를 보류했던 오바마 정부의 접근법과 다를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이 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에브리싱 포 에브리싱’(everything for everything)이었다면, 오바마는 ‘낫싱 포 낫싱’(nothing for nothing)이었다”며 “이것은 중간에 있는 어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핵심 문제는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고 WP는 지적했다. 인권에 대한 의견 불일치도 미국의 대북 접근에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P는 “아시아의 미국 파트너들은 미 정부의 협의와 관심에 감사를 표했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북한 과제가 시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북한과 양자회담을 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전 대통령들이 추구한 6자회담보다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또 바이든 정부 관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미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평화 체제 구축,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었다. 다른 고위 관리는 “우리의 접근법은 싱가포르 합의 및 기타 이전 합의들을 기반으로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