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거북이를 키우려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예의

입력 2021-05-01 05:15
게티이미지뱅크

국민일보는 지난 11일 “어제 주문하신 거북이 한 마리, 택배 왔습니다” 기사를 통해 국내 일부 쇼핑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있는 파충류 ‘택배 배송’ 실태를 살폈다. 현행법상 파충류는 ‘반려동물’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파충류는 동물보호법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일부 업체의 택배 배송 과정에서 해당 동물에 문제가 발생해도 보호받기 어렵다. 다양한 파충류를 집에서 키우기 전에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을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생명체는 ‘공산품’ 아냐…직접 방문해 확인해야”
현재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반려동물을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및 햄스터로 규정하고 있다. 그 외 거북이나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는 반려동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상에선 다양한 파충류를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파충류 역시 동물이며, 생명체를 일반 물건 다루듯이 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양서파충류협회의 이태원 회장은 30일 “‘생명체’인 파충류는 결코 품질이 규격화되어 생산되는 공산품이 아니다”며 “동물을 키우려 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동물판매숍이나 브리더를 방문해 꼼꼼히 선별한 후 안전하게 데려가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이자 올바른 사육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거북이나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를 반려동물로 분양하는 업체들도 직접 방문을 권고하고 있다. 한 곤충생태농장 관계자는 “과거엔 택배 배송을 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분양을 희망하는 분들이 직접 방문해 교육을 받고 개체를 확인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충분한 사육 지식 없이 키우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연락하는 이들도 있다”며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 청소·먹이주기 등 기초 사육 방법부터 어떻게 만지면 (동물이)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을 배운 후 분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직접 방문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안정적인 생물 택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협회의 A회원은 “일반택배로 동물배송이 이뤄지는 건 지양돼야 한다”며 “배송업자가 생물을 배송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운송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한 생물 전용 배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동물을 전용으로 운송하는 특송 서비스를 통해 안전한 상태에서 동물 운송이 이뤄지도록 관리되고 있다.

동물 운송 논의에 더해 반려동물 ‘책임감’ 인식 갖춰야

유기동물 입양 어플리케이션 포인핸드에 올라온 파충류들. 포인핸드 캡쳐

‘반려동물’ 범주 내에 포함되지 않은 동물과 관련해 택배 배송뿐만 아니라 사육 과정에서 쉽게 유기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파충류를 키우는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만큼 철저하게 반려동물 예의를 숙지하고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양서파충류협회에서는 양서류·파충류의 사육 매뉴얼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올바른 입양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파충류나 양서류는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비교적 관리가 쉽지만, 사육자와 교감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크기가 작고 구매도 쉽게 이뤄지다 보니 유기되는 경우가 적잖다. 이 회장은 “한번 입양한 동물은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길러야 한다는 게 동물 사육의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사육에 싫증이 난다고 파충류를 함부로 유기하거나 실수로 탈출하는 일이 없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종 반려동물을 찾는 앱에는 공원이나 하천 등지에서 거북이 등을 구조했다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문제는 대다수 양서류와 파충류가 외래종이라는 점이다. 원서식지 이외의 지역으로 유입된 동물은 잠재적으로 해당 지역에 침입종이 될 수 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자연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 교란이나 감염병 전파 등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사육 과정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길러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국회도 동물권, 중요 의제로 인식하고 입법에 나서야”

반려동물에서 제외된 파충류 등 기타 동물 보호와 관련된 입법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대 국회 당시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 일부가 관련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동물권에 대한 공감대 부족으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이 전 의원은 “반려동물로 규정된 동물에 대한 동물권 인식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의 권리나 생명보호에 대한 인식은 취약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 전 의원은 동물 배송 사례, 야생동물 카페 등 동물에게 극단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은 지양하는 쪽으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충류, 양서류를 택배로 배송하는 업체가 있는 이유는 손쉽고 값싼 택배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로, 결국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맞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파충류 등을 키우려는 사람들부터 비용이나 편의가 아니라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인식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며 생명을 가진 동물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동물도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입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국회의 책무를 강조했다.

노유림 인턴기자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