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불가리스 논란’에 특허침해 논란까지 겹치며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졌음에도 꾸준히 논란이 발생해온 탓에 “내부통제 시스템이 망가진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30일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내 사무실 3곳과 세종연구소 내 사무실 3곳 등 총 6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된 자료를 확보한 뒤 남양유업이 심포지엄 발표를 하게 된 경위와 허위광고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남양유업은 심포지엄을 열고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불가리스가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시키고, 원숭이 폐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저감률이 77.8%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이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고발했다. 이에 세종시는 지난달 16일 남양유업에 세종공장 2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 사전 통보를 했고, 오는 3일 최종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다.
유업계는 이번 불가리스 논란이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논란의 영향으로 특정 제품이 기능성을 인정받았다고 발표했을 때 소비자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남양유업에 우유를 납품하는 낙농가가 타격을 입을 것에 대한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세종공장이 전체 제품의 38%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유의 특성상 매일 납품을 하기 때문에 공장이 하루만 멈춰도 낙농가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마 남양유업도 이런 우려를 알기 때문에 소명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며 “영업정지 대신 벌금을 받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1년 만에 매출 1조원 달성을 실패하고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남양유업 앞에는 악재가 산적해 있다. 불가리스 논란으로 인한 불매운동, 영업정지 처분 외에도 남양유업의 ‘포스트바이오틱스 이너케어’가 hy(전 한국야쿠르트)의 ‘엠프로3’ 제품 용기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포스트바이오틱스 이너케어 제품은 남양유업이 지난 2월 출시한 제품으로, 알약이 뚜껑 부분에 별도로 보관돼있다. 뚜껑을 열면 알약과 음료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이 제품의 용기가 hy가 2019년 출시한 엠프로3와 섭취 방식부터 용기 크기, 형태 등이 유사해 문제가 됐다.
엠프로3의 ‘이중캡’ 용기는 네추럴웨이가 특허권을 가지고 hy에만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남양유업이 네추럴웨이에 동의를 받지 않았음에도 거의 동일한 용기를 제작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hy와 네추럴웨이가 지난 3월 말 공동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는 남양유업에서 끊이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의 원인을 ‘잃어버린 1위’를 되찾기 위한 무리한 시도와 경직된 사내문화에서 찾았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남양이 갑질 사태 이후 1위를 빼앗기고 몇 년간 하락세를 겪는 등 어려움이 누적되다보니 그걸 돌파하려는 과정에서 무리한 마케팅들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남양유업 내부의 수직적인 분위기 탓에 우려스러운 부분을 지적하는 등의 의견 교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원식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한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가 굳어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남양유업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망가진 것 같다”며 “이걸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선 여러 사례를 보면 이미지가 추락한 기업이 그걸 회복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남양유업은 10년 간 지속적으로 어떤 논란도 일으키지 않으며 소비자에게 일관되게 개선된 메시지를 보내야만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