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일어났어요. 몸에 이상은 없습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권도 국가대표 인교돈(29)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하루 뒤인 30일 오전 9시50분을 넘겨서야 눈을 떴다. 백신을 접종하고 2~3일간 거친 운동을 피하라는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긴장을 풀고 단잠에 빠져 모처럼 늦잠을 잤다고 한다.
인교돈은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주사를 맞은 팔에 욱신거리는 느낌을 빼면 별다른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통증이나 발열 같은 증상은 없다”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인교돈의 목소리는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듯 조금 가라앉았지만, 헛기침을 몇 차례 하니 평소와 다르지 않게 돌아왔다. 인교돈은 주말에 휴식한 뒤 대회 출전을 위해 전북 무주로 떠난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가슴에 태극기를 부착하고 출전하는 국가대표 천종원(25)은 백신 접종 이튿날부터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인천 자택에서 휴식한 천종원은 “우려와 다르게, 백신을 접종한 뒤 별다른 느낌을 받지 않았다.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었다”고 했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 김연경(33)도 백신 접종 이튿날까지 후유증이나 부작용에 시달리지 않았다. 김연경의 소속사 라이언앳 관계자는 이날 “김연경이 몸에서 이상 증세를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백신 접종 직후에 “독감 주사를 맞은 정도의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인교돈, 천종원, 김연경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백신을 접종한 올림픽 국가대표들이다. 이들을 포함한 태권도, 산악, 여자 배구, 유도, 역도, 탁구, 국가대표 선수·지도자 100명은 지난 29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일제히 화이자 백신을 1차로 접종했다. 이들은 5월 중 2차 접종을 완료하면 코로나19로부터 몸을 보호할 힘을 얻게 된다. 화이자 백신 접종 간격은 1~2차 사이에 3주로 권고돼 있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면 3일 안에 피로, 두통, 발열, 근육통, 관절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백신 후유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가 빈번하게 나온다.
다행히 국내에서 백신을 처음 접종한 올림픽 국가대표 가운데 부작용·후유증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의과학부 관계자는 이날 “첫날 접종자 100명으로부터 이상 증세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신을 접종한 국가대표는 이날까지 255명이다. 올림픽 국가대표 백신 접종은 주말인 1일부터 이틀간 중단된 뒤 3일부터 재개된다. 하지만 체육회 의과학부는 각 대표팀과 주말에도 연락하며 건강 상태를 보고받고 후유증·부작용 사례를 점검할 계획이다.
과제는 남았다. 레슬링·근대5종 국가대표 일부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 확보를 위해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백신 접종 일정을 잡지 못했다. 올림픽 개막일을 3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예선 일정을 피해 백신 접종, 후유증·부작용 점검을 위한 휴식, 2차 접종을 모두 진행해야 한다.
근대5종 대표팀은 올림픽 포인트 획득을 위해 4월 중 출전한 불가리아 월드컵에서 선수 2명, 지도자 2명의 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선수단 전원이 경기장 이외의 장소에서 마스크를 2장씩 착용하고 비닐장갑까지 사용할 만큼 방역에 힘을 썼지만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었다. 한국보다 느슨한 일부 유럽 국가들의 검·방역망, 여러 국가 선수들과 뒤섞일 수밖에 없는 국제대회의 특성 탓이다.
근대5종 대표팀의 최은종(53) 감독은 “음성 판정을 받은 선수·지도자도 귀국 직후부터 격리됐다. 1~2일 중 격리를 해제하고 다음 주중 백신을 접종한 뒤 훈련을 재개한다”며 “다만 코로나19 확진 선수의 백신 접종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