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 남북 접경지에서 북한으로 대북전단을 날려보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30일 대북전단살포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시행 이후 이뤄진 첫 살포이며,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실정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정부는 사실로 확인되면 법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처벌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진·영상과 함께 대북전단 살포 사실을 공개했다. 이 단체는 “앞서 예고한 대로 지난 25~29일 경기도와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대북전단 50만장,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5000장을 애드벌룬 10개에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장소와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에 반발하며 “앞으로 계속 (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징역 3년이 아니라 30년이라 해도 헐벗고 굶주리고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는 2000만 북한 동포들에게 사실과 진실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 수잰 솔티 회장이 살포를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살포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졌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등을 살포할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경찰청은 “(전단 살포 주장과 관련해)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측 주장을 토대로 구체적인 장소와 살포 내용이 사실인지 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대표가 전단 살포 시 처벌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실정법이 이미 마련된 만큼 별도의 고발 조치 없이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이라며 “입법 취지에 맞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은 이 법을 적용한 ‘첫 처벌’을 두고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도 이런 부분을 감안해 살포를 강행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 의회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지난 15일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열어 “한국 국회가 그 법을 고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정 간섭’이라는 국내 반발에도 미국은 금지법 반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조 바이든 정부 들어 처음 발간한 국무부 연례인권보고서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을 ‘표현의 자유’ 부문에서 다루며 주요 인권 문제로 부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 등 영국 의원들이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 공포를 재고하도록 촉구해 달라”는 서한을 영국 외무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