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 해제’ 이스라엘 축제서 44명 압사…3만명 몰려

입력 2021-04-30 17:36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에서 열린 유대인 성지순례 행사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사망자 시신 주변에 둘러서 있다. 이날 수만 명의 초정통파 유대인들이 전통 축제인 '라그바오메르'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모였으나, 밀집한 참가자들이 밀려 넘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수십 명이 사망했으며, 10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에 근접한 이스라엘이 봉쇄 조치를 해제한 이후 열린 첫 대규모 행사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며 수십여명이 압사로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현지매체는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 성지에서 열린 유대인 성지순례 ‘라그바오메르’ 축제에서 최소 44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을 입은 이들도 수십여명에 달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사고 초기 행사장의 관중석 스탠드가 붕괴되면서 사고가 벌어졌다고 보도했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대규모 인파가 한정된 공간에 몰리면서 압사하는 등 참사가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축제에 1만명이 모일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주최 측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버스 약 650대에 몰리는 등 약 3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행사에 10만여명이 참가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현장에 있던 생존자들은 이동하려는 인파가 차례로 넘어지면서 수백여명이 바닥에 깔렸다고 설명했다. 3개월 된 아이와 함께 축제에 참석한 아브레이미 니빈은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참사는 행사장을 빠져나오려고 할 때 시작됐다”며 “이동하는 인파 중 앞줄에서 몇 명이 미끄러져 넘어졌고 뒤따르던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 위에 깔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현장 바닥이 미끄러워 참사가 났다는 증언도 나온다. 현장에서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차임 베르하임은 “바닥이 젖은 상태로 미끄러워서 걸음을 멈췄는데 이를 모르는 축제 참가자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차례대로 사람이 깔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숨을 거의 쉴수가 없었다”며 “구조대원들은 레고 블록처럼 쌓인 시신을 수습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축제는 코로나19 백신의 발빠른 보급으로 집단 면역에 근접한 이스라엘이 관련 봉쇄 조치를 대부분 해제한 이후 당국의 허가 아래 열린 첫 대규모 행사였다. 당국은 이번 행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 5000명을 배치했었다.

현지매체는 지난해 취소된 축제여서 올해 더 많은 인원이 몰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불법으로 라그바오메르 축제가 열렸고 당국이 이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폭동이 발생해 수백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위터에 “중대한 재난”이라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