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르면 내주 초 차기 검찰총장 최종 후보를 제청할 계획이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유력후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박 장관은 “유력하면 심사숙고를 안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장관은 30일 출근길에 “대통령께서 인사권을 잘 행사하실 수 있도록 좀 심사숙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제청을 하지 않고 좀 더 고민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박 장관은 김 전 차관이 유력후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유력하면 심사숙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제청은 주말을 넘겨 내주 초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5월말쯤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검찰총장 후보로 김오수 (58·사법연수원 20기) 전 차관, 구본선(53·23기) 광주고검장, 배성범(59·23기) 법무연수원장, 조남관(56·24기) 대검 차장검사를 추천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과 구 고검장을 유력 총장 후보로 꼽고 있다. 김 전 차관은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을 잇달아 보좌했다. 현 정부 주요 고위직 하마평에 자주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비교할 때 검찰 내부 반발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 전 차관을 검찰총장으로 세우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김 전 차관이 총장이 될 경우 현재 고검장들은 대부분 퇴직하지 않고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구 고검장의 경우 정치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고검장이 총장이 될 경우 동기 고검장들이 대부분 옷을 벗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임기말을 앞두고 대규모 검찰 인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조 차장은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사태 때 법무부에 반기를 들어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총장 직무대행을 하면서 검찰 조직 안정화를 이끌어냈다. 배 연수원장도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무색무취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한 점을 고려할 때 정권이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 검찰총장 임명 후 진행될 검찰 인사에서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 지검장이 총장 후보에서는 제외됐지만 서울중앙지검에 민감한 사건들이 계류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자리를 지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차관이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이 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또 중앙지검장에 유임되는 것은 모양새가 너무 이상할 것”이라면서도 “그간 검찰 인사가 항상 예측을 벗어났었기 때문에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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