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한 누나 카톡으로 “나 잘 지내”…모친 속인 동생

입력 2021-04-30 15:53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된 남동생 A씨가 29일 오후 9시25분쯤 인천 강화경찰서로 압송됐다. 뉴시스

누나를 살해한 뒤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이 범행 후 누나의 카카오톡(카톡) 계정을 이용해 어머니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에 따르면 살인 및 시체 유기 혐의로 체포된 20대 후반 A씨는 범행 이후 자신과 누나의 카톡 대화방에서 오간 메시지를 부모에게 보여주며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했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 2월 14일 딸 B씨(30대)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가출 신고를 했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 남동경찰서는 주거지의 CCTV를 확보하고, 휴대전화의 위치를 추적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이에 B씨와 주고받은 것처럼 꾸민 카톡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여주며 신고를 취소하도록 유도했다. 그는 B씨의 카톡 계정으로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난다” “잘 지내고 있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B씨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우는 방법으로 B씨의 카톡 계정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의 계정에 “어디에 있냐” “걱정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B씨의 계정으로 접속해 “잘 있다. 찾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가겠다” 등의 답장을 보냈다. 남매의 어머니는 실종 신고가 유지될 시 연락이 더 안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이달 1일 신고를 취하했다. 당시 어머니는 “경찰이 (딸에게) 계속 연락하면 (딸이) 연락을 끊고 숨어버릴까 걱정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B씨의 계좌에서 일정 금액을 출금한 정황을 확인하고 살인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또 누나의 카톡 계정을 임의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추가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B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13분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의 한 농수로에서 인근 주민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배가 부풀어 오르는 등 부패한 상태였으며, 상·하의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휴대전화나 지갑 등 유류품은 없었다. 시신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은 수중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와 금융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전날 오후 4시39분쯤 경북 안동 A씨 지인의 집에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쯤 자택인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B씨를 살해했다. 그는 10일간 아파트 옥상에 B씨의 시신을 놔뒀다가 지난해 12월 말쯤 차량으로 시신을 운반해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서 “누나와 성격이 안 맞았고 평소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며 “(범행 당일도) 누나가 잔소리를 했고 실랑이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