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차 접종을 맞은 30일 1차 때 주사를 놨던 간호사와 다시 만났다. 한때 ‘주사 바꿔치기’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해당 간호사는 “마음고생을 했다”고 고백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보건소를 방문해 코로나19 2차 예방접종을 맞았다. 지난 3월 23일 AZ 백신으로 1차 예방 접종을 받은 지 38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6월로 예정된 G7(주요 7개국) 회의 참석을 위해 ‘필수목적 출국을 위한 예방접종 절차’에 따라 1차 접종을 했었다.
AZ 백신 1·2차 접종 간격은 12주로, 문 대통령의 2차 접종 예정일은 다음 달 중순이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이 다음 달 21일로 확정되면서 출국 전 14일 이상의 항체 형성 기간이 필요해 일정을 앞당기게 됐다. 질병관리청은 긴급한 해외 출국자에 한해 4주 간격으로 1·2차 접종을 허용하고 있으며, AZ 백신은 국내외에서 4~12주 접종 간격으로 허가돼 사용되고 있다.
보건소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체온을 측정한 후 사전에 작성한 예진표를 가지고 접종실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1차 접종을 담당했던 황모 간호사가 자리했다. 1차 접종 당시 황 간호사는 AZ 백신을 화이자 백신으로 바꿔 주사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고생하지 않았는데 주사를 놓아준 우리 간호사 선생님이 오히려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위로를 건넸다.
황 간호사는 문 대통령의 위로에 “저희 팀들이 다 고생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정말로 아프지 않게 잘 놔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거듭 인사했다.
다음으로는 김 여사가 황 간호사에게 주사를 맞았다. 김 여사가 “정말 고생이 많았죠”라고 말하자, 황 간호사는 “네. 마음고생이 조금 있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여사는 “어머 세상에…”라며 안타까운 듯 황 간호사를 바라봤다.
문 대통령 부부는 접종 이후 관찰실에서 15분간 대기한 뒤 보건소를 떠났다. 문 대통령 부부 외에도 대통령비서실 직원 8명 등이 동행해 접종을 받았다.
앞서 황 간호사는 문 대통령 부부의 1차 접종 이후 일부 네티즌이 제기한 ‘백신 바꿔치기’ 의혹 공세에 시달렸다. 당시 황 간호사가 백신을 주사기에 넣은 뒤 가림막 뒤로 들어갔다 나올 때, 처음과 달리 주사기 뚜껑이 닫혀 있었다는 이유로 제기된 주장이었다. 네티즌은 ‘화이자 백신이나 식염수가 들어있는 다른 주사기로 교체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바늘의 오염을 막기 위해 ‘리캐핑(recapping·뚜껑 다시 씌우기)’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종로구 보건소에는 ‘진실을 밝히라’ ‘양심고백을 하라’ 등의 협박성 전화가 쏟아졌다. 결국 경찰은 허위사실 유포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보건소 측은 1차 접종 때의 논란을 의식한 듯 백신 접종에 필요한 기구들이 놓인 선반을 가림막 밖으로 설치해 접종 과정이 모두 공개되도록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