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잔혹 살해 후 버린 동생… ‘왜 죽였냐’ 묵묵부답

입력 2021-04-30 08:13 수정 2021-04-30 09:27
30대 누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29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누나를 살해하고 인천 강화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20대 남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20대 후반 A씨는 29일 경북 안동에서 체포돼 이날 오후 늦게 인천 강화경찰서로 압송됐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A씨는 경찰서 앞에서 ‘누나를 살해한 게 맞느냐’ ‘왜 살해했느냐’ ‘수사를 피해 안동까지 도주한 거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A씨는 최근 누나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 내역과 금융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이날 오후 4시39분쯤 경북 안동 일대에서 검거했다.

A씨는 범행 후 누나 B씨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누나 명의의 SNS 계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B씨의 계좌에서 일정 금액을 출금한 정황도 나타나 경찰이 범행 연관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누나 살해 후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한 20대 남동생. 연합뉴스

B씨는 사건 발생 전 남동생과 둘이 인천에서 살았으며 따로 지내는 부모는 가끔 남매의 집에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시신이 발견된 석모도에는 이들 남매의 외삼촌 가족이 살고 있으며 명절이나 가족 행사 때 종종 왕래가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B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13분쯤 삼산면 농수로에서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진 채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158㎝의 키에 미혼인 그는 발견 당시 맨발이었으며 1.5m 깊이의 농수로 물 위에 엎드린 상태로 떠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씨 시신을 부검한 뒤 “사인은 흉기에 의한 대동맥 손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밝혔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시점과 동기 등을 확인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