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못가고 5시간 운전…사람답게 일하고 싶다”

입력 2021-04-29 21:05
서울 시내 한 버스정거장의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버스 운전자가 버스 노선 변경으로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5시간을 운전해야 한다며 해당 행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6일 ‘저는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저는 은평구 주민들의 발이 되는 서울 버스 운수종사자”라며 “제가 몰고 있는 버스는 원래 은평구 구산동을 출발해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숭실대까지 가는 노선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올해 1월부터 노선이 연장돼 서초구 교대역까지 운행하게 됐다”며 “제가 운전하는 노선은 연장되기 전에도 50km에 달하는 장거리 노선이었는데 서울시에서는 일방적인 행정명령으로 대책 없이 10km를 더 늘여버렸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겨우 10km 늘이는 게 뭐가 힘들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원래 3시간짜리 노선이) 제가 은평구 구산동 종점에서 출발해 서초구 교대역을 갔다가 종점으로 돌아오는 데 5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는 대안과 합리적인 절차 없이 행정명령이라는 서울시의 졸속 행정으로 피해를 운전기사들과 은평구민이 떠안게 됐다면서 “저희의 휴게시간과 근로여건은 곧 저희 차에 탑승하시는 승객분들의 생명과 안전에도 직결된다고 감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로에 한 번 나가면 5시간이 넘는데 화장실 같은 인간의 기본권은 시에서 지켜주냐”며 “황제처럼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그는 노선 연장으로 배차간격이 늘어나 화를 내는 시민들도 늘었다면서 “높으신 분들의 잘못된 결정에 제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냐”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저희가 인간답게 일하고 밤에 퇴근하면 편히 잘 수 있게 명령만 내리지 말고 대안도 함께 제시해달라”며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근로여건과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행정명령을 취소해달라”고 촉구했다.

청원인이 운전하는 노선의 번호는 현재 청와대 게시판에서 가림 처리가 됐으나 글쓴이가 밝힌 노선으로 봤을 때 지난달 27일 노선이 조정된 742번(변경 전 751번)으로 추정된다.

해당 청원의 마감일은 다음달 16일이며 지금까지 1400여명의 청원 동의를 받은 상태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