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일가가 기증하기로 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장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전시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오전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이 회장 유족의 미술품 기증 결정과 관련해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자”며 개별 전시나 특별관 설치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를 포함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명단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고 한다. 인왕제색도는 조선 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으로 꼽힌다. 이건희 컬렉션에는 ‘금동보살입상(국보 129호)’ 등 국보 14건과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등 보물 46건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새로운 전시관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수장고(박물관 등에 작품이 보관되는 장소)도 부족하고, 이번 기증을 계기로 문화재 기증이 가속할 가능성도 있다”며 “미술관과 수장고 건립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독립적인 ‘이건희 미술관’을 세워 컬렉션을 한꺼번에 전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건희 컬렉션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