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두 번째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정부 부동산정책의 패착을 “시장에 ‘정부 대응이 약하다’는 신호를 주다가 심리전에서 졌다”고 분석했다. ‘서울 흑석동 부동산 투기’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총선 출마에 나선 데는 “내 마지막 딱지를 ‘흑석’으로 붙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지율이 높았던 집권 초기 과감한 보유세 강화를 통해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대해) 대단히 강한 의지를 갖고 있구나라는 신호를 줬어야 했다”고 복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 본회의에서 ‘흑석동 논란’ 사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사퇴하고 2년 동안 가족들과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정치적으로는 죽은 목숨과 진배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앞으로 3년 동안 일할 기회 주어졌으니 귀하게 쓰겠다.”
-흑석동 상가 매입이 ‘투기’라는 비판에 동의하는가.
“(눈을 질끈 감고선) 개인적으론 억울하고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28년 기자 생활로 받은 내 퇴직금과 중학교 교사 33년 재직 뒤 받은 처의 퇴직금을 한 번에 쥐게 되니 ‘이제는 집 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앞섰다. 집 없는 국민들의 설움과 불안감을 헤아리지 못했다.”
-‘흑석 김의겸’이라는 꼬리표에 대한 생각은.
“일종의 조롱이고 비아냥인데,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값이 안정되기 전까진 그 부담을 지고 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해야 저도 저에게 따라붙은 꼬리표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웃음).”
-그런데 왜 부동산 개혁이 아닌 언론개혁에 집중하나.
“개인적으로는 부동산 문제 해결에 앞장서 명예 회복하고 싶기도 했지만, 국민이 나에게 주신 임무와 역할은 언론개혁에 있다고 생각했다.”
-‘흑석’ 대신 달고 싶은 수식어는.
“없다. 일단 ‘흑석’을 떼는 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웃음).”
-투기 논란 끝에 민주당 21대 총선에서 공천배제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 꾸린 현장조사팀으로부터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조사를 받았다. (자료를 내보이며) 이 100페이지 되는 자료를 작성한 조사팀의 결론은 ‘투기 아니다’라는 무혐의 결정이었다. 당에서 경선 자격은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무적 판단을 내리면서 잘 안됐다.”
-투기 논란과 관련해 더 하고 싶은 말은.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떻게 주워 담겠나. 앞으로 주어진 기회에서 열심히 해서 지난날의 실수를 메울 수 있도록 하겠다.”
-남북정상회담 배석 당시 일화가 있다면.
“대통령이 현직이고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하기 곤란하지만, 당시는 문 정부의 황금기였고 개인적으로도 인생의 절정 같은 순간이었다. 기자 생활하면서 정상들끼리 만나면 어떤 태도를 취하고 무슨 말을 할지 들여다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늘 있었지만 볼 수 없었다. 정상회담 당시엔 현장을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희열을 느꼈다. 말 한마디, 태도 하나하나가 1면 톱 감이었다. 기자로서 갈망했던 것들을 느끼며 보람을 느꼈다.”
-정상들에 대한 인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우, 아무리 한 나라의 지도자라고 해도 그도 인간이다. 30대 초중반의 젊은이가 정책적 노선을 확 바꾼 상황이다. 미국과의 협상은 자신의 모든 걸 걸고 풀베팅에 나선 것이다. 줄담배를 피우는 것을 모습을 보고 중압감이 매우 크겠구나 하는 걸 느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핸드폰 프로필사진에 갓난아기 사진을 걸어놨더라.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볼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엄마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예상 못한 외부적 요인이 가장 컸다. 코로나 문제와 세계적 경기둔화에 따라 부양책으로 통화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만으론 설명이 다 안 되고, 정부도 할 수 있는 것을 했어야 한다. 초기에 보유세와 관련한 좀 더 과감한 정책으로 ‘이 정부가 대단히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구나’라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세금 부과와 대출규제가 가장 유효한 해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표 안 나게 정책을 펴려고 했던 게 오히려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약하구나라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 그런 점에서 심리전에서 졌다. 되돌아갈 수 있다면 더 담대한 정책들을 내놓겠다. 집권 초기에 대통령 지지율 70%였을 때 이같은 정책들을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문재인정부의 마무리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과거 정권 말기엔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당청분리 현상이 벌어졌다. 당청 질서를 재정비해야 앞으로 11개월 남아있는 대선까지 밀고 나갈 힘이 생긴다.”
-‘정치인’ 김의겸의 다른 꿈은.
“아직 개인 여력도 안 되고 주변 환경도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평화와 관련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역할을 맡는 게 개인적 욕심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