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과거 ‘투톱’으로 활약했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도로 한국당’이라는 당 안팎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치 행보를 재개한 황 전 대표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나 전 의원은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황 전 대표와는 생각의 결이 달랐다”면서 “황교안식 정치투쟁이나 황교안식 정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황 전 대표 측이 날 교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시절인 2019년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나 전 의원은 그해 12월 황 전 대표가 임기 연장을 불허하면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나 전 의원은 ‘21대 총선 참패 책임론’에 대해서도 “내가 총선 때 원내대표도 아니었는데 왜 황 전 대표랑 같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당대표 선거 출마에 대해서는 “정권교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내가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당이 젊고 유능한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서도 황 전 대표의 정치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수는 있다”면서도 “지금은 천천히 계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리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나 전 의원의 행보와 맞물려 있다.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당시 ‘당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앞섰으나 강성보수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해 일반 여론조사에서 밀렸다. 이 때문에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황 전 대표와 함께 언급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나 전 의원은 두 사람을 묶어 ‘도로 한국당’ ‘극우’ 프레임이 가동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며 “본인은 누구보다 협상에 주력했다는 생각이 강한데 경쟁자들이 프레임을 씌운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황 전 대표는 연일 현안 관련 ‘메시지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부에 ‘백신 무한책임제’ 선언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백신의 이점과 위험성 등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보상규정을 마련하고,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한 입증책임을 국가가 전적으로 지는 등 3대 원칙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는 외면하면서 투자수익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은 국민을 위하는 올바른 국가의 자세가 아니다”며 “암호화폐 특별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이상헌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