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 ‘경고’에도… 공공기관 홈피 ‘일본해’ 수두룩

입력 2021-04-29 17:02 수정 2021-04-29 17:04
동해를 일본해(붉은 원)로 표기하고 있는 도봉문화재단 홈페이지 지도. 홈페이지 캡처


다수의 지방 공공기관들이 여전히 동해와 독도를 각각 ‘일본해’와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한 지도를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동해를 일본해로 잘못 표기한 공공기관에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음에도 2년 가까이 수정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서울 도봉구 도봉문화재단은 29일 기준으로 홈페이지에 ‘동해’를 ‘일본해(동해)’로 표기한 구글 지도를 적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홈페이지 상에 ‘찾아오는 길’을 안내하며 구글 지도를 연동한 것인데, 지도를 축소하면 괄호로 동해를 병기한 표기는 사라지고 ‘일본해’라는 표기만 지도에 나타난다.

도봉문화재단 홈페이지 지도에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로만 표기돼 있다. 지도를 확대해도 독도라는 명칭은 나오지 않는다. 리앙쿠르(Liancourt)는 19세기에 독도를 발견한 프랑스 선박 리앙쿠르 호에서 이름을 딴 프랑스어다. 독도 영유권을 두고 분쟁화하려는 일본의 입장이 반영된 용어다.

잘못된 지도 명칭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곳은 또 있었다. 대전시 관할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전남 강진군 강진문화관광재단, 강원도 정선군 관할 정선아리랑문화재단 공식 홈페이지의 지도 역시 동해를 일본해(동해) 혹은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라고 표기한 지도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모두 구글 지도를 그대로 연동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같았다.

해당 기관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하거나 출연해 설립한 기관이다. 특히 주민을 위한 지역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관들이어서 주민들이 위치 검색을 위해 홈페이지로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 볼 가능성이 큰 곳들이다.

공공기관의 동해와 독도 명칭 오기 문제는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앞서 2019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 3곳이 홈페이지 안내 지도에서 동해와 독도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외교부에서 운영하는 해외안전여행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지도에서도 독도가 ‘오키노시마 정 다케시마’라고 잘못 표기돼 수정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부 공공기관에 대해 엄중 경고한 바 있다. 청와대는 해당 기관 감사관실을 통해 조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여전히 표기가 잘못된 기관들이 다수 남아있어 엄중 경고가 무색한 상황이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이 담긴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검정 심의를 통과시켰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우리 스스로가 독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며 “공공기관에서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공공기관에서 (동해와 독도) 기재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